[자유성] 피부나이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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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1   |  발행일 2019-06-21 제23면   |  수정 2019-06-21

며칠전 이른 아침에 연중 일조량이 많은 필리핀의 해변을 걷고 있었다. 맞은 편에서 현지인 노인이 걸어왔다. 검은 피부에 주름이 깊고 얼마 남지 않은 머리털은 백발이었다. 허리가 약간 굽고 전체적으로 움직임에 활력이 없다. 짧은 영어로 인사를 건넸다. 인사를 받는 것인지 그냥 혼자 소린지 구분 못할 정도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아는 없고 잇몸만 보였다. 우리로 치면 어림잡아 여든은 넘어 보였다. 외국인의 나이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노인을 지나친 후 젊은 사람에게 그의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다. 45세쯤 된단다. 나보다 열댓 살이나 적은 사람을 노인 취급한 것이다. 그의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쳤을까?

트럭 운전사 등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얼굴 노화 정도가 왼쪽과 오른쪽이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운전을 하는 사람은 왼쪽 볼이 오른쪽 볼보다 햇볕에 더 많이 노출돼 왼쪽 얼굴의 노화속도가 빠르다는 것이었다. 지난해에는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서수홍 교수팀이 평소 자가운전으로 출퇴근을 하는 50대 이상 15명을 대상으로 연구하여, 왼쪽 얼굴이 오른쪽에 비해 햇볕으로 인한 손상을 많이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직업적인 운전뿐만 아니라 출퇴근 등 일상생활을 위한 운전만으로도 얼굴에 햇볕으로 인한 손상을 받는다는 것이어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햇볕 중 피부노화의 주범은 자외선으로 지목돼 왔다. 자외선은 기미나 잡티, 주근깨 등 광노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져 자외선 차단은 햇볕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최선책이었다. 그러나 파장이 긴 적외선도 피부 깊숙이 침투해 피부 온도를 상승시켜 열노화의 원인이 되며 가시광선(可視光線)조차 피부의 노화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밝혀져 피부를 위해서는 햇볕 자체를 피해야 할 지경이다.

닭껍질 튀김이 화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매장에서만 팔던 닭껍질 튀김이 우리나라에서 출시된 첫날, 모든 매장에서 오후 2시쯤 완판됐다. 기름기 많은 껍질을 기름에다 튀긴 것은 어떤 맛일까? 맛없는 튀김이 없는 만큼 나름 ‘한 맛’ 할 것으로 여겨진다. 마니아들이 독특한 맛을 즐기려는 것은 존중하지만 ‘피부를 위해서’만은 아니길 바란다. 돼지껍데기나 족발·닭발의 콜라겐이 피부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듯 닭껍질 역시 괴식(怪食) 중 하나일 뿐 아니겠나.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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