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과 ‘비핵화’ 사전 조율…美中회담 협상용 카드 활용 전망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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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1 07:19  |  수정 2019-06-21 10:35  |  발행일 2019-06-21 제4면
시진핑 방북 의미
2019062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전격 방문했다. 여기엔 북한 비핵화 문제를 미국과의 협상 지렛대로 삼겠다는 속내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시 주석의 방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에선 미국을 향해선 중국과의 밀착을 과시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론 자신의 입지를 다질 기회다. 반면 북한 비핵화 문제의 중재자를 자처했던 문재인정부의 외교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시진핑, 북한 비핵화 촉진자 될까

시진핑의 이번 방북과 관련해 주목되는 점은 북한 비핵화에 역할을 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꿈쩍 않던 중국의 확연히 달라진 내부 분위기다. 우선 시 주석은 지난 19일 이례적으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이 이룩되도록 적극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를 비롯한 관영 매체들도 중국 역할론 선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특히 시 주석이 북한 방문을 결심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전격 결정한 것도 주목된다.


中, 美와 무역협상 지렛대 활용
北은 김정은 체제 강화 기회로
‘운전자론’文정부 입지 줄어들듯



외교가에선 시 주석이 트럼프와의 통화 전 김정은으로부터 모종의 언질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까지 미국의 정상회담 요청에 확답을 주지 않았던 시 주석이 비핵화와 관련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중정상회담을 추진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관세폭탄,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로 타격을 입은 시 주석은 북중·미중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비핵화에 대한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키는 것은 북중정상회담으로 가시적인 비핵화 성과를 얻고 이를 미중정상회담에서 협상용 카드로 제시,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정은도 입지 강화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선 중국과의 전통적 우방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것은 물론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시 주석은 이번 첫 방북 때 인도적 식량 지원뿐만 아니라 경제적 교류 협력 확대 등 여러 선물을 가져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홍 실장은 “북한 내부적으로 협상 성과가 나오지 않고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피로감과 회의가 감돌 수 있다”며 “시진핑이란 초강대국 지도자가 방북해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을 지지하면 피로감을 해소해 주는 동시에 통치 안정성을 부여해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앞서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북한 체제보장을 위한 다자안보체제에 대한 화두를 이끌어 낸 바 있다. 따라서 시 주석의 방북으로 대내적 입지가 굳건해진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전격 나설지는 의문이다.

◆문 대통령 중재역 사라지나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 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더 이상 증폭시켜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며 “중국이 비핵화 촉진자 역할을 자임,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갈등 완화에 나설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바로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트럼프 입장에선 선거가 1년여 정도 남은 상황이다. 성급히 북미정상회담을 했다가 김정은이 또다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대내외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요청에 대답도 하지 않고 북중정상회담에 나선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정부 대신 중국을 중재자로 끌어들인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푸틴과 시진핑을 다 만나면서 북중러 연대는 강화된 반면 문재인정부가 한일관계 경색 국면을 타파하지 못하고 미국과의 정보 공유 등에도 문제를 노출하면서 한미일 연대는 약화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우려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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