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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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0 07:42  |  수정 2019-06-20 07:42  |  발행일 2019-06-20 제21면
[문화산책] 여행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며칠 전 운전 중 대구공항 앞에 신호대기를 받고 있었다. 배낭여행을 떠나는 젊은이들과 성수기를 피해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서둘러 공항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얼마나 기다려온 여행일까. 새로운 곳에서 경험하게 될 일들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으로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여행이 그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게 될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내 마음도 일렁이면서 첫 배낭여행의 추억이 떠올랐다.

필자가 처음으로 해외 배낭여행을 떠난 나라는 호주였다. 2002년 1월 부푼 꿈과 설렘을 가득 안은 채 23㎏이 되는 배낭을 메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떠났다. 한겨울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1월이면 한여름 날씨이기에, 추운 겨울에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재미있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도착한 도시는 멜버른이었다. 고딕양식의 화려한 성당과 넓은 광장, 그리고 피부색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뜨거운 태양 아래 서 있는 내모습이 이내 낯설게 느껴졌다. 트램을 타고 숙소로 이동하면서 창문 너머로 보이는 울창한 숲이 우거진 공원, 오래된 건축물과 세련된 현대식 고층빌딩의 조화로움은 그때까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였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내가 바라본 풍경과 그곳의 향취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이국 땅에서 경험한 음악적 영향과 더불어 조국애와 향수가 배어있는 작품을 남긴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체코 출신의 드보르작이 있다. 프라하 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는 미국의 대부호 자네트 서버 부인이 창설한 미국 뉴욕 내셔널 음악원의 원장으로 파격적인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된다. 그의 대표적 음악을 들어보면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의 긴 여행에서 받은 낯선 신대륙의 강한 인상이 고스란히 묻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의 3대 걸작이라 불리는 곡들, 교향곡 ‘신세계로부터’ ‘첼로 협주곡’, 현악 4중주 ‘아메리카’는 모두 미국에서 작곡되었다. 미국 체류 중에 작곡된 그의 음악 전반에는 체코 음악가의 눈에 비친 아메리카의 인상과 모국의 향수가 흐르고 있다.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를 작곡한 후 그는 말한다. “아메리카를 보지 않았다면 이런 교향곡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생각지 못한 것을 배우게 되고 느끼고 깨닫게 된다. 때론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고정된 생각을 새롭게 디자인하기도 한다. 어린시절 배낭을 메고 떠난 여행에서 느꼈던 소중한 경험은 내 인생의 큰 밑거름이 되는 것 같다. 한 번뿐인 내 인생. 지금 이 순간도 여행 중이라는 마음으로 조금은 설레는 하루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정혜진 (클라리네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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