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Z세대의 질주

  • 배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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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9   |  발행일 2019-06-19 제31면   |  수정 2019-06-19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연령층을 일컫는 말이다. 알파벳 끝 글자 Z처럼 20세기의 마지막 세대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리며 ‘신인류’ ‘나(me)세대’ ‘워라밸러스’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인터넷과 IT에 친숙하며 동영상 콘텐츠를 선호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사용도 기성세대보다 월등하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인류라는 의미로 이들을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라고 지칭했다.

Z세대들은 대체로 원칙주의적이고 보수적이며 실용적인 성향이 강하다. 직장에서도 업무지시를 하면 거침 없이 반론을 제시하고 야근과 음주회식, 무의미한 회의,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싫어한다. 하는 일이 가치나 의미가 없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진다. 특히 높은 윤리의식을 갖춘 Z세대는 선배 세대에게 보다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들이댄다. 기업 내 부조리도 참지 못한다. Z세대가 성년에 진입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미투 열풍이 불고 기업내 부조리 제보가 늘어난 것도 결코 우연만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Z세대는 현재 646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2.5%를 차지한다. 이 중 성인 비중은 61.8%로 399만명에 달한다. 밀레니얼 세대에 이어 본격적으로 소비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동영상 공유 앱 스냅과 틱톡을 이용한 상품 마케팅과 구인광고가 늘고 있고 ‘야민정음’ ‘초성체’ 등 Z세대 특유의 언어문화를 활용한 제품명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Z세대를 특징짓는 성향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재미’다. ‘90년대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은 “80년대생 이전의 세대들이 소위 ‘삶의 목적’을 추구했다면 90년대생은 ‘삶의 유희’를 추구한다”고 말한다. 즉 일과 노는 것을 동일시하며 일과 삶의 조화를 중시한다. 이는 Z세대가 이끌어낸 쾌거, 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준우승에서도 드러난다. 과거 세대가 사생결단의 각오로 뛰었던 것과 달리 이들은 경기 자체를 즐겼다. 이것이 바로 Z세대의 저력이며 희망이다. 축제는 끝났지만 이들의 열정과 긍정의 DNA가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널리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 배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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