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지자체 기업유치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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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8   |  발행일 2019-06-18 제31면   |  수정 2019-06-18

요즘 국내 사회의 최대 화두는 일자리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 모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발벗고 나선 상황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기업들에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자체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지자체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기업을 유치하는 데 행정력을 총동원하는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수도권 간의 경쟁이 극에 달하면서 지자체의 경제 관련 부서 공무원들은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 공무원은 지자체의 기업유치 활동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총성 없는 전쟁’이라 부르기도 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지자체의 기업유치를 위한 과정을 살펴보면 이 같은 표현이 과장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충북 제천시는 이달부터 기업유치를 위해 3천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기업에 10만㎡(3만평)를 무상 지원키로 했다. 투자금액 3천억원 이상, 상시 고용인원 500명 이상 기업에 토지를 무상 제공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개정 ‘제천시투자유치촉진조례’가 이달부터 발효된 것이다. 제천시는 개정 조례에 대규모 투자 기업에 대해 최대 10만㎡ 산업용지 매입가액 전액을 시가 보조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제천시가 2021년 준공할 산업단지 예정 분양가는 3.3㎡에 45만원이다. 무려 135억원에 이르는 땅을 무상 지원하겠다는 것이어서 수도권에서 지방 이전을 계획 중인 기업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부산시는 세계 1위의 스테인리스강 제조사인 중국 칭산(靑山)철강 유치계획을 세워 논란이다. 칭산철강은 국내 기업과 각각 지분 50%를 투자해 부산에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연간 60만t 생산 규모의 냉연공장을 신설할 계획으로 부산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던 것이다. 이 업체는 합작법인이 신설되면 고용창출은 5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부산시가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철강업계와 창원·포항지역 경제계와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철강업계는 ‘해외자본의 국내시장 잠식’을 우려하고 나섰고 창원·포항지역 경제·노동계는 칭산철강이 국내 생산거점을 마련할 경우 국내 스테인리스강 냉연제조업 기반을 붕괴시킬 뿐 아니라 국내 동종업계 가동 중단으로 5천여명의 대규모 실직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반발로 부산시가 최근 ‘투자승인 보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사태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지자체의 기업유치도 좋지만 국가경제와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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