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 울려 퍼지는 먹향 ‘그림을 연주하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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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8   |  발행일 2019-06-18 제24면   |  수정 2019-06-18
유재희 작가 10번째 개인전
캔버스에 먹줄 튕기는 기법
민화 현대적으로 해석하기도
사방에 울려 퍼지는 먹향 ‘그림을 연주하다’
유재희 작

‘먹줄을 연주한다’는 표현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유재희 작가(77)는 캔버스에 먹줄을 튕긴다. 실에 먹물을 묻혀 캔버스에 고정시킨 다음 가야금 줄을 뜯듯이 실을 튕긴다.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연주하는 셈이다. 먹선의 번진 자국이 다양하다. 은은한 먹향이 사방에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작가는 “선을 퉁기는 행동, 캔버스에 나타난 먹물의 역동적인 효과가 주는 경쾌함과 활기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같은 유사성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먹줄을 튕기면 어떤 형태가 나올지 모른다. 우연의 효과가 뛰어나다”고 했다. 캔버스의 질감이나 실을 튕기는 강도, 물의 양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먹물의 형태를 짐작할 수 없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작가의 개인전이 18일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다. 2013년 이후 6년 만이자 10번째 개인전이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교직 생활을 하다 정년퇴임했고, 지금은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화업이 50년에 달하지만, 여전히 새로움을 추구하는 천생 작가다. 작가는 “작품이 고여서 냄새가 나서는 안된다.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 늘 고뇌한다”고 했다.

작가는 먹줄의 자국을 기본으로 삼아 유화 물감이나 아크릴로 그린 기하학적인 형태를 화면에 배치한다. 동양과 서양, 회화와 디자인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면서 한 화면에 자리잡고 있다.

먹줄을 튕기는 행위는 대학 시절 ‘나만의 기법’을 고민하면서 나온 것이다. 작가는 “유화 물감을 사용하다 먹을 알게 됐다. 먹줄을 통해 붓으로 도저히 나타내지 못하는 표현들이 나온다”고 했다. 기본인 먹줄은 작가에게 시간을 초월한 변하지 않는 존재다.

유화 물감이나 아크릴로 표현한 색이나 형태는 작가의 종교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가가 믿는 기독교 신앙이 먹줄의 영원성과 함께 화면에 흐르고 있다. 색은 오방색, 삼원색, 무지개색을 사용한다.

먹줄과 민화를 결합한 새로운 작품도 선보인다. 작가는 “지난해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전시한 민화를 봤다.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먹줄과 함께 구성했다”고 말했다. 비구상과 구상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작품 활동에 열정을 쏟고 있다. 23일까지. (053)606-6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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