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랜드마크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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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3   |  발행일 2019-06-13 제31면   |  수정 2019-06-13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은 인간의 오만함을 나타내는 상징물이기도 하고 실존의 탑이냐 신화 속의 건축물이냐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다. 현대의 다른 시각으로 보면 바벨탑은 당시 메소포타미아 평야를 지배하던 신바빌로니아가 자신들의 강대함을 보여주기 위해 건설한 랜드마크였을 수도 있다.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이나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중국의 만리장성 등 인공적인 시설과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 등 자연물도 그 나라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랜드마크는 나라나 한 지역을 대표하는 지형지물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도시마다 랜드마크가 있거나 없으면 만들기도 한다.

백두대간의 자연자원이 큰 자산인 문경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문경새재다. 랜드마크라고 하기에는 논란이 있지만 문경새재만큼 문경지역을 대표하는 곳은 없다. 당연히 관광인프라나 관광객들이 문경새재를 중심으로 한 문경 북부지역으로 몰리다보니 상대적으로 문경시청이 있는 남부지역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다. 이 지역 주민들이 늘 가지고 있는 불만이다. 문경시가 이 같은 불균형을 개선하고 중부내륙철도 개설에 따른 관광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문경시청 소재지인 점촌과 인접 영순면에 새로운 랜드마크를 조성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들의 계획을 들여다 보면 필드하키장·사계폭포·청정 식물원·역사문화거리·스마트팜·영강 아트브리지 등의 시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랜드마크는 나라나 도시의 대표적 상징물이기 때문에 우선 규모가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산의 N타워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할리파 등 우뚝 솟아있는 것이 많다. 요즘은 아파트나 상업용 빌딩들도 높게 지으면서 스스로 그 도시의 랜드마크임을 자처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본다면 문경시의 랜드마크 조성사업은 그냥 새로운 관광지 건설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리고 구태여 랜드마크라는 단어로 관광시설을 포장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랜드마크라는 단어에 매달리게 되면 거창한 프로젝트를 구상할 수밖에 없고 재원이 부족한 문경시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랜드마크라고 만들어 놓았지만 관광객이나 시민들이 찾지 않는다면 랜드마크라는 이름이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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