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대구시민들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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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2   |  발행일 2019-06-12 제31면   |  수정 2019-06-12
[영남시론] 대구시민들은 뜨거웠다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지난 일요일 대구 교보문고에서 졸저 ‘자유우파 필승대전략’ 팬사인회와 간담회가 있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대구가 이렇게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로 오는 내내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은 딱 하나였다. ‘총선승리, 대선승리, 정권교체에 대한 자신감의 회복.’

문재인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영남지역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이십대, 영남, 자영업자(이영자)’들의 민심이반은 일차적으로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대, 실망에 기인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아직 한국당과 황교안이 대안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문정권과 더불어민주당도 싫지만 한국당과 황교안이 좋은 것도 아니다.” 이런 유보적 정서가 있기에 문정권이 간신히 버티고 있을 수 있고 한국당은 임계점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대구에서 느낀 열기는 적어도 대구의 민심은 임계점을 넘어섰음을 가리키고 있는 듯했다. ‘지지’는 할 수 있어도 ‘열광’은 쉽지 않은 법인데 대구시민들은 ‘열광’하고 있었다. 총선승리, 대선승리와 자유우파 정권 탈환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다고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이 점이 대구의 민심과 다른 지역의 민심이 질적으로 다른 대목이다. 밴드왜건(승자편승심리) 같은 전문용어로 설명할 것도 없을 것 같다. “나는 보수다” “나는 우파다”가 거리낌없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분위기, 반대로 “문재인정부 지지”를 내놓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하다. 자유우파 국민이 이심전심으로 정국변화를 느끼고 새로운 공론흐름을 만들어 내는 데는 말이다.

한국당과 민주당은 2년 만에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민주당은 예전 박근혜정부 말기처럼 떠나는 민심, 등돌리는 민심을 다시 잡아야 하는 고달픈 처지가 되어버렸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것은 무조건 고개를 깊이 숙이는 것이다. 그러나 오만과 독선과 아집에 빠진 문정권에게는 무조건 고개를 깊이 숙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반면, 한국당은 문정권에 등돌리고 있는 민심과 함께 하기만 하면 된다. 문정권에 성난 민심과 함께 웃고 함께 울면 된다. 그런데 무슨 대안을 마련한답시고, 이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울지 못하면 한국당은 민심과 계속 따로 놀게 된다.

‘2020위원회’ ‘청년여성친화성 강화’같은 일들은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평소에 열심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한가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문재인정권과 좌파세력 연합이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실어 밀어붙이고 있고, 바로 그 선거가 10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모든 일상적 정당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말 그대로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대처가 필요한 법이다. 한국당은 지금 함께 투쟁할 것을 요구하는 자유우파 대중에게 정책대안을 만들고 있으니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대안은 투쟁 속에서 만들어진다. ‘소득주도성장 폐지’ ‘9·19군사합의 폐지’와 같은 대중적 슬로건은 책상머리에서 쥐어짜서 나오는 대안이 아니다. 대중 속에서 대중 스스로 만들어 내는 정치 슬로건들이다. 그렇다. 선거승리는 대중투쟁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지 선거와 대중투쟁 사이의 공학적 배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과 같이 좌파집권세력이 게임의 룰부터 바꾸겠다고 밀어붙이는 비상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 일요일, 대구에서 확인한 열기는 자유우파국민들이 총선승리, 대선승리를 구체적으로 체감하는 데서 오는 열기였다. 한국당은 그 열기를 어떻게 자신의 선거승리 동력으로 전환시켜 낼 수 있을 것인가. 당대표 황교안의 고민이 집중되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다.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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