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경제위기는 정치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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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1   |  발행일 2019-06-11 제30면   |  수정 2019-06-11
지금 경제상황 최악이라면
IMF환란과 왜 안비슷하나
선거 이기려는 정치인들이
효율적 시장 위협하고 있어
정치도구로 사용해선 안돼
[3040칼럼] 경제위기는 정치가 만들었다

2019년 상반기가 마무리되고 있다. 이맘 때쯤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통계와 전망이 쏟아진다. 이달 초 한국은행은 1분기 국민총생산(GDP)과 경상수지가 포함된 국제수지를 발표했다. 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0.4%로 나타났고, 경상수지는 4월에 -6.6% 적자를 기록했다. 그렇다. 대한민국 경제가 이전과 비교해 좋지 않다. 경제수치가 전달하는 정보는 이것이 전부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는 경제는 어떠한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분기 GDP 마이너스 성장과 경상수지 적자가 우리나라 경제의 어둠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며 그 근본 원인으로 소득주도성장을 꼽았다. 즉 소득주도성장이 기업 및 자영업자들의 고용을 막아 일자리가 말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대한민국 경제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 폐기, 최저임금 동결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인들은 통계발표 이전에도 유사한 논리구조와 레토릭을 사용해왔다.

얼마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홍카레오’에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경제 관련 대화를 들어보면 정치인과 비정치인의 관점 차이를 엿볼 수 있다. 경제를 해석하는 홍준표 전 대표의 시작점은 “지역 시장에 가보면”이다. 황교안 대표도 전국투어 이후 “현장은 지옥”이라고 말했다. 제한된 지역과 제한된 만남의 결과를 일반적인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다. 경제를 전공한 유시민 이사장은 “방송에서 정치인들이 대한민국이 곧 망할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한다. 정치인의 입을 통한 경제는 과장되고 변질되어 있다.

한 나라의 경제를 실시간으로 나타내주는 것이 주식시장이고, 여러 국가의 경제상황을 상대적으로 잘 보여주는 것이 환율이다. 투자의 기본은 좋은 회사 또는 국가에 자금을 넣는 것이다. 실적이 좋은 회사, 그리고 튼튼한 국가의 가치는 상승하기 마련이다. 올해 초부터 4월까지 주식시장은 상승했고, 환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실제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IMF 외환위기 때의 주가지수, 환율은 지금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 경제가 정치인들이 이야기하는 것만큼 ‘최악의 위기 상황’이라면 주식시장과 환율도 같은 방향을 가리켜야 하지 않을까.

또 현재 대한민국 경제에는 큰 대외적 변수가 존재한다. 바로 미·중 간의 무역전쟁이다. 미국과 중국이 우리나라의 가장 큰 고객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이 거대 국가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타격을 입는 것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미·중 무역전쟁은 수출의 축소와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즉 경상수지를 나쁘게 만들 수 있다. 경상수지는 GDP와 연관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출 의존도가 큰 경우에는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런 거대한 변수를 무시하고 이번에 발표된 통계를 단순히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으로 설명하는 것이 정확할까.

국가의 미래 앞에 여야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미국은 이번 미·중 무역전쟁을 치르면서 공화당과 민주당, 심지어 연방준비은행까지 나라의 번영을 위해 서로 협력한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미래에 대한 상호협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단지 서로를 탓하며 다음 선거에서 이기고자 하는 눈앞의 욕심만이 존재할 뿐이다.

우리는 경제를 정치의 관점에서 소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치이념이 더해진 경제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워런 버핏은 인플레이션 원인으로 정치인의 자제력 부족을 이야기했다. 선거 등의 이유로 자제력을 잃은 정치인들이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은 돈을 공급하도록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효율적인 시장, 경제를 위험하게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정치인이라는 뜻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위기는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정치의 산물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경제위기 상황이라면, 이를 만들어낸 대한민국 정치는 위기를 넘어선 ‘파산’ 상태이다. 제발 경제를 정치의 도구로 만들지 말자.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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