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일본 기업이 한국 청년을 선호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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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8   |  발행일 2019-06-08 제23면   |  수정 2019-06-08
[토요단상] 일본 기업이 한국 청년을 선호하는 이유
이정희 위덕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지난 5월25~26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일본취업박람회에 재학생 30여명을 인솔해서 다녀왔다. 그동안 3~4학년 위주로 참석을 했는데, 올해는 1학년에서부터 4학년까지 희망하는 학생들 위주로 모집해서 다녀왔다. 1학년과 2학년 중 일본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일찍이 필요한 정보를 주기 위함이고, 3학년과 4학년 중 일본 현지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취업박람회에 참가한 일본 기업은 40여개이며, 구인 분야는 50여개로 모집인원은 200명이 넘는다. 대부분은 IT관련 회사이며, 호텔 등 서비스업계도 포함되어 있다. 6월29~30일, 8월24~25일에도 부산시청에서 일본취업박람회가 열릴 예정에 있으며, 특히 8월에 열릴 일본취업박람회는 우리나라 전국의 40여개 대학이 협력하여 합동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서울에서도 6월1~2일 일본취업박람회가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렇듯 일본 취업의 길이 활짝 열려 있다. 지난 5월 부산 일본취업박람회에는 전국에서 200여명의 학생이 면접에 응시를 하였으며, 일반참가자를 포함하면 500여명이 응시하였다고 한다. 박람회는 사전등록한 면접응시자를 위한 기업별 홍보 및 면접 부스가 참가 기업 수만큼 배치되어 있었고, 그와 연계해서 부대행사로 면접대상자들을 위한 이미지메이크업 등이 이루어졌다. 대강당에서는 특강이 있었다. ‘일본취업의 특성과 대응방법’에서부터 ‘일본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 ‘자기분석 및 이력서 작성법’, 일본에서 실시하는 실용일본어검정시험인 ‘J-TEST 소개’ 등 다양한 특강을 들을 수 있었다. 이 특강만 들어도 큰 수확이라고 하겠다.

일본에서는 2030년까지 IT 분야의 인력에 50만명 이상 부족하다고 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그동안 IT관련 인력의 고령화로 인한 정년퇴임, 출생률 저하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 그리고 인재의 분산화 등으로 인재 공급 부족을 들고 있다. 이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한국의 젊은이를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일본기업의 채용요건 중 특이한 것은 대부분 전공 무관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IT관련 기업에서도 전공에 관계없이 그들이 원하는 인재를 뽑겠다고 한다.

그럼 그들이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중요시 여기는 것은 역시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일본어 구사 실력을 본다. 영어는 잘하면 좋고 못해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한국어와 더불어 일본어도 잘하면 된다. 그다음으로 보는 것이 왜 일본에서 취업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이다. 그냥 일본에 관심이 많아서, 일본문화를 좋아해서 라고 하면 떨어진다. 철저한 자기분석과 기업분석이 이루어진 인재를 원한다. 일본 대학에서는 3학년 2학기에 자기분석과 기업분석을 철저히 하도록 한다. 그리고 4학년 1학기부터 본격적인 취업활동을 하고, 입사 6개월 전에 채용 내정 계약을 맺는다.

일본 기업이 채용시 전공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전공에 관계없이 좋은 인재를 뽑아 각 기업에서 3개월 이상 별도로 교육을 시키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의 기업이 원하는 고스펙을 갖춘 인재를 원하지 않는다. 일본은 갖추어진 스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포텐셜 채용’이라고 해서 가능성을 더 많이 본다. 특히 한국 청년 채용시에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인재인가를 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한국의 청년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2년간의 군복무 경험이다. 일본의 기업은 한국의 청년이 2년간 군복무를 하면서 체력단련과 “NO”라고 대답할 수 없는 환경에서 훈련받은 사실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전 세계에서 이런 경험을 한 청년은 한국 청년뿐이란다. 적어도 2년간 군대라는 사회에서 인내심과 복종이라는 것을 몸으로 익힌 것에 높은 가치를 매기는 것이다. 일본이 한국보다 군복무자를 더 우대해 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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