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글로리아 벨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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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7   |  발행일 2019-06-07 제42면   |  수정 2019-06-07
중년에 찾아온 제2의 로맨스
엄마이자 이혼녀이지만 사랑하고 싶은 여성
밀도 있게 그려낸 다양한 감정과 따뜻한 울림
[금주의 영화] 글로리아 벨

글로리아(줄리안 무어)는 결혼을 한, 그리고 결혼 예정인 두 자녀를 둔 50대 중반의 이혼녀다. 춤을 좋아해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퇴근 후 종종 LA의 한 클럽을 찾는다. 그러던 어느 날 글로리아는 클럽에서 처음 만난 아놀드(존 터투로)와 함께 밤을 보낸다. 아놀드 역시 1년 전에 이혼했지만 여전히 그를 의지하는 전처와 두 딸에 대한 책임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아놀드를 놓치기 싫었던 글로리아는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점차 가까운 관계를 형성해간다.

‘글로리아 벨’은 그런 두 사람의 제2의 로맨스를 그린다. 여전히 아름다운 여자이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은 중년 여성 글로리아의 삶이 그 중심이다. “그 나이에 아직도 연애를 생각해?”라는 딸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글로리아는 다시 사랑을 시작할 의지와 열정으로 충만하다. 사랑의 즐거움을 찾는 일이야말로 잊혔던 자신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그녀다.

능력있는 직장인으로서, 또 두 자녀를 반듯하게 키워낸 엄마로서 당당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오직 사랑만 할 수 없는 현실은 공허하다. 영화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감정인 삶의 고독, 사랑과 기쁨, 절망과 희망을 글로리아의 모습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전한다. 음악도 한몫 거들었다. 주로 글로리아가 출근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1970~80년대 대표적 팝송들을 통해서다. 이 과정에서 음악은 단순한 장식 역할이 아닌 글로리아의 성격, 정체성, 그녀가 현재 겪고 있는 인생의 다양한 단면들을 관통한다.

‘글로리아 벨’은 칠레의 산티아고를 배경으로 2013년 만들어졌던 ‘글로리아’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작이다. 세바스찬 렐리오 감독은 “스토리가 가진 보편성을 다시 탐구할 기회”라고 여겨 원작에 이어 다시 연출을 맡았다. 특히 감독은 “자신의 삶과 주위의 환경에서 점차 투명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거치는 그녀들의 모습이 무척 안타까웠고, 세상에서 이 나이의 여성들이 겪는 일이 정말 가볍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경험하는 글로리아의 모든 감정은 줄리안 무어의 연기를 통해 오롯이 전해진다. 중년 여성이 가질 법한 다양한 감정의 결을 밀도 있게 그려낸 그녀의 연기는 단연 최고다. 덕분에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진실되고 따뜻한 울림과 인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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