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페어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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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7 07:50  |  수정 2019-06-07 07:50  |  발행일 2019-06-07 제16면
[문화산책] 페어플레이
안지혜<대구시립무용단 상임단원>

나는 요즘 슈퍼밴드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아티스트로서 그들이 풀어나가는 협업은 무용공연을 창작하는 작업과정과 닮아 있어 재미가 한층 더 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면 스스로를 낮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팀원들과 자신이 지향하는 음악적 성향이 다소 다르더라도 작업하는 음악적 방향에 무엇이 더 강조되어야 하는지 큰 그림을 먼저 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런 모습들은 내가 그들을 아티스트로서 충분히 존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팀원 전체가 함께 충족 가능한 음악의 표현 방법을 찾기 위해 의견 충돌이 있더라도 감정적이지 않으며, 끝까지 음악적 대화를 시도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찾는 모습, 각자의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음악에 접근하는 시도와 모습 역시 참 좋았다.

그뿐 아니라 자신들이 공들여 준비한 창작물로 주어진 경연에 참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각 팀들이 준비해 온 음악작업을 감상한 후 자신의 팀보다 상대팀이 잘한다고 느껴지면 망설임 없이 상대방을 인정하는 자세는 그들이 최대한 자신들의 작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승패에 상관없이 함께 경연한 상대에게 수고했다는 진심 어린 격려도 한다. 이후 패한 팀에 소속된 자신을 뒤돌아보며 반성해야 할 부분을 찾는 모습도 보여준다. 패한 팀원끼리 자신들의 작업에 대해 분석하여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승패와 상관없이 쿨하게 자신들도 잘했다며 서로를 격려한다. 경연 이후 그들의 다짐에는 한 계단 성장한 아티스트의 열정이 담겨 있다. 그들은 나의 눈에 진정한 페어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원래 이것이 상식 아니었던가.

무용인들의 세상. 어쩌면 타자의 눈으로 보면 그들만의 세상처럼 비쳐 지는 무용인들의 작업이다. 상대를 인정하기 싫은 것은 아닌지, 나의 노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지, 어쩌다 주어지는 기회에 양심과 권력 사이에서 망설임 없이 작은 노력으로 빨리 인정받고자 했던 것은 아닌지, 다양한 방법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 물론 모든 무용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정당당하지 못한 무용가들로 인해 무용 생태계가 혼란스러운 것도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적어도 내가 아티스트로 존중받고 싶다면 자신의 양심을 담보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며 아티스트로 더 깊게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슈퍼밴드에서 보았던 그들의 페어플레이가 무용인에게도 절실히 필요하다. 페어플레이하는 모습은 상대방이 나를 더 존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깨끗한 매너로 상대와 소통하는 자세. 예술가의 품격이 아닐까.안지혜<대구시립무용단 상임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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