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미의 가족 INSIDE] 출산정책의 늪 ‘보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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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6 07:43  |  수정 2019-06-06 07:43  |  발행일 2019-06-06 제16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98명을 기록하며 0명대로 내려앉았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출산율이 2016년 기준 1.68명인 데 비해 우리는 1명 미만의 유일한 국가다. 게다가 통계청의 ‘올해 3월 인구동향’을 보면, 1분기 출산율이 1.01명으로 작년보다 0.07명 줄었다. 올해 지난해보다 나아진다 하더라도 1.0 언저리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송유미의 가족 INSIDE] 출산정책의 늪 ‘보육정책’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songyoume@dcu.ac.kr>

한국, 합계출산율 0명대로 내려앉아
선진국은 양성평등으로 출산율 회복
우리정부, 보조금지급정책 위주 시행
민간시설만 살리는 기형적 구조 고착

문재인정부는 재임기간 1.3 미만의 초저출산 탈출을 표방했지만, 지금은 가시적인 목표치도 없고 구체적인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해결하려는 의지 표명도 보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된 논의를 찾아볼 수 없다. 이젠 정부나 정치권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필자는 5년여 전부터 저출산의 원인이 양성 불평등에 있고, 해결방안은 ‘엄마가 행복한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된 논문들을 쓴 바 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여성의 역할 변화가 출산율에 더 결정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출산율 관련 연구도 양성평등 연구가 주된 흐름이다. 영국,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상당수 국가들이 1970년대, 80년대 출산율이 하락했다가 21세기 들어 회복하고 있는데, 이를 분석한 주요 논문들이 양성평등 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연구와 정책 그리고 상식은 저출산의 원인이 양육비 또는 교육비 부족이라는 ‘돈’ 개념에 꽂혀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정책은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고, 양육비 부담을 경감시켜준다는 명목으로 보조금 지급 정책을 줄곧 시행해 왔다. 보육정책이 대표적이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되면서 자녀양육에 대한 국가 개입이 처음 입법화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직접 보육시설을 설립하거나 보육예산을 지원하기보다는 민간서비스를 활용하여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래서 보육료는 보호자가 전액부담하고, 저소득층의 경우 정부가 10~20%를 보조했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민간 보육시설이 급증했다. 1990년 1천900여개였던 보육시설(아동수 4만8천명)이 1997년 1만7천여개(아동수 55만6천명)로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2005년 출산율 ‘1.08’ 쇼크를 받은 정부는 저출산 정책의 일환으로 ‘새싹플랜’을 마련해 보육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폈다. 목표는 출산율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높이기다. 근로자 평균 소득의 130% 미만 가정에 보육료 전액을 지급했다. 대신 집에서 양육하는 경우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때 정부는 이미 민간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한 보육시장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국공립 시설을 확충한 것이 아니라 민간 보육시설의 보육료를 지원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보육의 틀이 민간 보육시장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이후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를 거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육료 지원대상과 수준은 계속 확대되었다. 저출산 심화에 따라 보육료를 경감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정치권에 횡행했기 때문이다. 2009년 ‘아이사랑 플랜’에서 보육료 지원이 소득 하위 70% 이하까지 확대되었고, 2013년에는 전 소득 계층까지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졌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미미하게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런데 보육료가 매년 10조원 이상 투입되고 있다. 이 많은 돈이 왜 들어가야 하는지 묻고 있다. 정책 목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민간 보육시설만을 먹여 살리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보육의 질 또한 늘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게다가 민간 보육시설의 불만도 가득하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저출산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민간 보육시설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예산 10조원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책을 바꾸기가 더 어렵게 보이기 때문이다.<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songyoume@d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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