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베니굿맨 is good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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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6 07:59  |  수정 2019-06-06 08:54  |  발행일 2019-06-06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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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클라리네티스트>

‘스윙의 왕’으로 불리는 클라리넷 연주자 베니굿맨(Benny Goodman)은 1929년 월스트리트 주식이 대폭락하는 경제대공황으로 어둠의 시절을 보낸 미국인들에게 스윙재즈로 활력을 불러일으킨 사람이다. 이전까지의 재즈 음악은 미국 주류사회가 아닌 변방에서 흑인들이 향유하던 음악이었다. 하지만 베니굿맨은 재즈음악이 더이상 흑인의 전유물이 아닌 미국의 대중음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한 선구자 역할을 하였다. 그는 1928년 첫 앨범을 시작으로 타계하기 전까지 약 50장의 음반을 발매하였다. 1938년 뉴욕 카네기홀 역사상 최초로 재즈 공연을 가졌고, 전석매진의 기록을 세우며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베니굿맨은 어린시절 클라리넷을 조금 배우긴 했지만 거의 독학으로 익혔다. 악단의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했고, 나중에는 자신의 악단을 만들어서 활동하였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음악만을 생각한 그는 흑인 피아니스트 테디 윌슨, 백인 드러머 진 크루파를 영입하여 베니굿맨 악단을 조직하였다. 그는 다른 재즈 연주자들과는 달리 클래식에서와 마찬가지로 악보에 충실한 연주를 기본으로, 음악의 긴장감을 유지하며 강약의 리듬을 조절함으로써 베니굿맨만의 개성있는 스윙재즈를 구현하였다.

참 재미있는 것은 베니굿맨의 인기는 그가 활동한 미 동부지역이 아니라 서부지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935년 NBC 라디오 ‘Let’s Dance’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였는데, 인지도가 낮았던 베니굿맨은 좋은 시간대가 아닌 미동부지역 새벽(밤 12시30분)에 연주하였기 때문에 뉴욕 청취자들에게 그의 음악을 알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미 전역에 송출되는 방송이었기에 시간대가 늦은 서부지역에서는 황금시간대인 밤 9시30분에 연주가 나갔다. 이로써 그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베니굿맨의 음악은 큰 인기를 얻으며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주무대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그의 음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 줄 그 누가 알 수 있었겠는가.

베니굿맨의 음악에는 박진감과 몰입감이 충만하다. 경제대공황으로 실의에 빠진 미국인들의 슬픔을 씻어주고 활력을 불러 일으켜준, ‘스윙의 왕’으로 일컬어지는 그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션 중 한사람임에 분명하다. 그가 세상과 이별하는 마지막 날 아침에 브람스의 ‘클라리넷 소나타’를 연습한 후 낮잠을 자던 중에 임종을 맞이했다고 한다. 꾸준한 성실함과 확고한 음악성을 지닌 베니굿맨의 삶과 음악이 이시대를 살아가는 음악인들에게 귀감이 되길 바란다. 정혜진 <클라리네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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