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거점 국립대 육성, 정부 지방분권 의지 가늠자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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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5   |  발행일 2019-06-05 제30면   |  수정 2019-06-05
과거 경북대, 지역의 자부심
수도권 중심 성장정책에다
대학 서열화 가속화하면서
거점 국립대 위상 추락 가속
지방분권 차원 관심가져야
[동대구로에서] 거점 국립대 육성, 정부 지방분권 의지 가늠자
박종문 교육팀 부장

과거 대구경북민에게 경북대는 자부심이었다. 애향심의 밑바탕에 경북대가 있었다. 우리지역에 경북대라는 명문대가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다른 지역보다 나은 고장이라는 근거로 삼았다. 지역민들은 자녀가 경북대에 입학하면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고, 그동안의 힘든 삶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정도로 삶의 가장 큰 행복이었다. 부모로서 여한이 없을 정도로 만족해했다.

경북대 또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수도권 사립대는 안중에 없었다. 경쟁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우수인재가 몰렸다. 경북대 낙수효과로 지역대학은 동반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 대구와 경산권에 많은 우수한 대학이 자리잡고 있는 이유도 그 근원을 찾아가 보면 경북대와 무관하지 않다. 지역에서 경북대가 대학운영의 하나의 모델이 되고 그 결과로 지역 사립대 수준이 다른 지역과 달리 높아진 면이 있는 것이다. 물론 지역사립대 설립자들의 애향심과 교육철학이 밑바탕인 것을 전제로 한 이야기다.

현재 여러모로 비교해도 대구와 경산에 있는 지역사립대는 다른 지역 사립대보다 경쟁력이 훨씬 높다. 대학규모가 큰 것만이 아니라 재단건전성, 학사운영, 교수 수준 등 전반적으로 지방대 가운데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이 모든 게 경북대 존재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경북대가 영향을 미친 것만큼은 분명하다. 사립대에는 국립인 경북대와 같아질 수는 없어도 적어도 그 다음 수준은 돼야 한다는 목표이자 기준점이 된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경북대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역사립대는 꾸준히 경쟁력을 향상시켜 학령인구 감소 등 여러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 전국 사립대에서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여전히 높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교육부 공모사업 등 어떤 면에서는 사립대의 장점을 발휘해 경직된 경북대보다 나은 결과를 얻기도 한다. 최근 몇년간 교육부 지원사업에서 경북대가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지역사립대가 많이 발전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역사립대가 경북대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기본적인 인프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지역사립대가 경북대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대학이 지역혁신의 주체라는 점을 생각하면 경북대의 위상추락은 심각한 문제다. 지역발전의 마이너스 요인이기 때문이다. 경북대 침체의 근본원인은 수도권 일극주의(一極主義)와 지방 홀대, 학령인구 감소, 맹목적인 ‘In Seoul’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다 공학적인 입시분석 자료에 의한 합격(성적)위주 대학지원으로 전국 대학은 이제 맨 꼭대기부터 아래쪽까지 서열화가 갖춰지면서 경북대의 민낯이 드러났다. 학벌위주 사회가 낳은 병리현상 중의 하나인데 가히 망국적 현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광복 후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거점 국립대의 위상이 수도권 사립대보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국가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되자 지방은 도시성장이 지체되고 산업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생기면서 경북대 같은 거점 국립대 위상 또한 함께 추락해 버렸다. 학령인구 감소기에 광복 후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불균형 성장론이 이어진다면 지방대는 몰락하고 지역은 수도권 원료공급기지로 전락할 것이다.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국립대 의무교육안이 제시되고, 경북대 총장은 인문·사회·자연계열 학생 이탈이 심각한 수준인 만큼 기초학문분야 인재육성을 위한 이 분야 지방 국립대 학생들의 무상교육을 제안하기도 했다. 무상교육을 논의해야 할 만큼 거점 국립대가 위기에 처했다는 방증이다. 국토균형발전과 교육복지 등을 고려하면 거점 국립대 육성은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점 국립대 육성 여부가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시행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북대만으로 거점 국립대 육성정책을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 국회의원, 지역 주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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