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대한민국 연극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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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5 07:53  |  수정 2019-06-05 07:53  |  발행일 2019-06-05 제23면
[문화산책] 대한민국 연극제를 보며
노하룡<극단 삼산이수 대표>

지금 서울에는 제37회 대한민국 연극제가 열리고 있다. 전국 16개 시·도 대표 극단이 대통령상을 놓고 자웅을 겨루는 국내 최대의 연극잔치다. 지방 순회 방식으로 37년간 이어져온 대한민국 연극제가 서울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77년 전국지방연극제로 출범해 전국연극제, 대한민국 연극제까지 그 명칭을 달리 해온 배경에는 지방과 서울 간의 배타적 갈등 구조가 깔려 있다. 서울 연극에 찬밥신세를 당한 지방 연극인들이 뜻을 모아 만든 것이 전국지방연극제이기 때문이다. 제1회 전국지방연극제는 부산에서 열렸다. 지방 정부 간의 유치전과 참가 극단 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보니 오해와 반목 일어날 때도 있었고, 심사위원 선정과 심사의 공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럼에도 연극제의 열기는 도리어 뜨겁게 불타올랐다. 대통령상이 내걸린 유일한 대회인데다 지방 연극의 성장에 촉매제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유치 지역마다 시립극단이 생겨나거나 열악한 지방 연극의 숨통을 틔워주는 사례들이 늘어났다. 실보다 득이 많다보니 지방연극의 성장속도를 앞당긴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사실 대한민국연극제라는 명칭을 최초로 사용한 것은 서울 연극이다. 하지만 몇 해를 이어가지 못하고 지리멸렬해졌고, 공연예술축제로 성장하는 듯 보였던 서울연극제도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왜소해졌다. 서울연극협회 차원에서 대한민국 연극제 참가의사를 밝힌 건 7년 전쯤이다. 지방 연극인으로서 최초로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에 선출된 윤봉구 당선자의 ‘대한민국 연극제’ 공약이 계기가 됐다. 이후 본격적인 공론의 과정을 거치지만 당시 윤 이사장의 ‘대한민국 연극제’ 구상은 한류연극제를 겨냥한 국제적인 대회로 격상시키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당초 의도와는 달리 예산확보가 여의치 않자 기존의 전국연극제에다 서울의 참가만 추가된 채 명칭만 바뀌었다.

지금의 ‘대한민국 연극제’는 2016년 청주에서 열린 1회 대회를 시작으로 공식화됐다. 서울의 참가도 이때부터다. 대구, 대전을 거쳐 서울 대회에 이르기까지 4년이 훌쩍 지났다. 10년 가까이 한국연극협회 이사로 있으면서 지방과 서울 간의 대립과 반목을 경험한 필자에게 있어 이번 연극제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그간 ‘대한민국 연극제’를 둘러싼 지방과 서울 간의 케케묵은 감정의 청산이 그 하나요, 내년 ‘연극의 해’ 지정을 앞두고 과거에 얽매이기보다 미래 담론을 담아내는 한국 연극의 이정표로서의 역할이 그 하나다. ‘연극은 오늘, 오늘은 연극이다’라는 대회 슬로건처럼 이 연극제를 통해 오늘의 한국 연극을 반성하고, 내일의 한국연극의 청사진을 펼쳐 보이는 성공적인 축제로 각인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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