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한국영화 100년과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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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30   |  발행일 2019-05-30 제31면   |  수정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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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영화는 좋아하지만 늘 시간에 쫓겨 영화를 양껏 보지 못하다가 지난해부터 영화를 많이 보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저녁시간에 여유가 좀 생기기도 했지만 좋은 영화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2017년 말 개봉돼 1천40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 죄와벌’을 시작으로 ‘리틀 포레스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앤트맨과 와스프’ ‘신과 함께-인과 연’ ‘보헤미안 랩소디’를 거쳐 ‘완벽한 타인’으로 지난해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한 해에 이렇게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어 올해는 ‘극한직업’ ‘말모이’에 이어 ‘어벤져스-엔드 게임’까지 독파했다.

그런데 요즘 영화계를 보면 나 같은 늦깎이 영화팬들이 넘쳐나는 것 같다.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층이야 예전부터 영화를 많이 봤지만 가정일, 직장일에 바쁜 중장년 상당수는 영화를 포함해 문화예술이라는 것을 별로 모르고 살아왔다. 그런데 5천만명이 좀 넘는 한국에서 1년에만 천만영화 두세 편씩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영화의 문턱이 상당히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올해는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다. 1919년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가 선보인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영화계에서는 지난 100년 동안의 주요 한국영화를 복원해 디지털화하는 작업, 한국영화사 다큐멘터리 제작, 영화박물관 건립 등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기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영화시장이 이처럼 급팽창한 것은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1990년대 초 비디오 제조사인 대우, 삼성 같은 대기업이 영화산업에 뛰어들면서부터라는 분석이 많다. 2000년대 접어들어서는 천만영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흔히 2000년대 초반을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고 한다.

2001년 ‘친구’가 8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처음으로 천만 관객의 가능성이 보였고, 2년 후인 2003년 12월 영화 ‘실미도’가 한국영화 사상 첫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3개월 뒤인 2004년 2월에는 ‘태극기 휘날리며’가 천만 영화로 등극하며 본격적인 천만 관객시대를 열었다.

현재 천만영화는 ‘어벤져스-엔드 게임’까지 24개가 있는데 이들 중에 한국영화는 18개이다. 그만큼 한국영화가 강세라는 것이다. 2011년 이후 한국영화 점유율은 꾸준히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총 관객수가 처음으로 2억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관객수에서 보듯이 2010년대 들어 한국영화계는 더욱 활황을 맞고 있다. 천만영화가 2000년대 6개에 불과했지만 2010년대에는 18개나 된다는 것도 이런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올해 개봉한 천만영화 ‘극한직업’과 ‘어벤져스-엔드게임’은 나름 의미가 있다. ‘극한직업’의 경우 코미디 영화로는 ‘7번방의 선물’ 이후 2번째인데 순수코미디로는 최초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천만영화의 상당수 관객은 반복관람객들이 차지하는데 코미디는 반복관람객이 잘 없어 더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어벤져스-엔드 게임’의 경우 ‘마블민국’(영화 어벤져스를 제작한 마블스튜디오와 대한민국을 합친 말)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전 국민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3시간이 넘는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최단기간 천만영화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천만 달성 영화로는 최단기간을 기록한 ‘명량’보다 하루 빠른 11일을 기록했다. 이 같은 뜨거운 영화사랑으로 인해 한국영화는 계속 신기록과의 행복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은 가운데 며칠 전 한국영화사에 또 하나의 쾌거가 달성됐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이다. 한국영화가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봉 감독이 수상소감에서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다. 칸 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줬다”고 한 것처럼 한국영화계에는 대단한 선물이다. 이 같은 한국영화의 발전에 문득 일조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뿌듯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김수영 주말섹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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