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청년을 맞는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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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8   |  발행일 2019-05-28 제31면   |  수정 2019-05-28
[CEO 칼럼] 청년을 맞는 사회적경제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사회적경제 영역에 청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대구시는 지난해 7월부터 ‘대구 사회적경제 청년인턴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고, 현재 100명이 넘는 청년들이 대구 사회적경제기업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사업의 목적은 지역청년에게 사회적경제 일자리를 제공하고, 청년고용을 통한 사회적경제 기업의 내실화를 꾀함으로써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하는데 있다. 사업참여 청년은 4대보험가입과 일정금액 이상의 급여를 받고, 직무교육·네트워킹·컨설팅 등을 지원받는다.

이 사업으로 지역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행보가 바빠졌다.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청년채용으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함과 동시에 기업조직을 정비하고자 함은 기본이고, 안팎의 협력사업을 확장해 성장 기반을 다지고자 분주하다. 성서지역 마을기업 <사>성서공동체에프엠은 언론영상학과 출신 청년채용으로 ‘우리는 마을에 산다’라는 신규 프로그램을 기획, 방송의 질적 변화를 꾀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을기업이 지닌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청년이 제작, 세대를 아우르는 공공재로서의 정체성을 더 확고히 하려는 것이다. 동구사회적경제 기업들의 협의체인 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는 회원사 청년들이 기업에 적응하고, 사회적경제의 핵심가치들을 체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및 네트워킹 사업을 함께 궁리해 수행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사회적경제 일자리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다. 올해 29세의 박모씨는 주말에 부모님을 도와 양봉일을 하면서 마을기업 사무국장도 겸하고 있다. 그는 마을일에 발 벗고 나서는 조합원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면서, 이 기업과 같이 성장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현장경험을 더 쌓은 뒤에 양봉 관련 협동조합을 직접 설립하려는 희망도 갖고 있다. 언론영상을 전공한 이모씨는 지역 독립극장에서 회계실무를 맡고 있다. 아르바이트와 일반기업에서의 취업경험이 있지만, 직원들이 매주 모두 모여 회의를 하고 새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모두에게 내용이 공유되는 경험이 새롭단다. 영화제작에 관심이 많은 이 청년은 현재 영사기능사 자격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소위 ‘이케아 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예산이 다양하게 설계, 실행되고 있다. 현장경험을 통해 사회적경제기업의 특성을 배우고, 자신감과 직무역량이 강화되고, 사회문제를 고민하면서 공동체를 체험해보는 면에서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일경험이 없는 청년들과의 기업내 갈등, 역량부족 및 지원사업의 특성으로 인한 직원들간의 임금격차, 기업조직문화에 대한 낮은 이해 등등 복잡한 문제들도 예상된다. 기업주와 청년들의 업무에 대한 다른 눈높이와 기대감, 특히 청년채용을 통한 스케일-업에 대한 갈망, 명확한 업무영역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통한 청년들의 워라밸 추구가 종종 부딪히는 지점이다.

이제 새로운 ‘협력실험’이 필요하다. 지역의 사회적경제가 청년층의 안정적인 정착으로 새로운 활력을 낳고, 이를 통한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려면 청년들과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제까지 청년들이 사회적경제 영역에 이처럼 쏟아져 들어온 적이 없었다. 청년들이 자연스레 사회적경제를 체득하고 그 속에서 성장의 꿈을 키우는 기회, 기업입장에서는 청년들의 시각과 아이디어, 스킬과 디자인 등을 기업운영노하우에 녹여낼 수 있는 다시 오기 어려운 ‘고마운’ 기회이다. 나아가 이는 사회적경제의 미래를 위해 인재를 준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제 들어온 청년들이 안착해 사회적경제의 의미에 동참하고, 계속 머물도록 하는 내부동력을 어떻게 역동적으로 만들어낼 것인가가 우리의 숙제이다.

많은 기업주들이 청년들을 이해하기 위해 ‘90년생이 온다’를 읽는다. 세대간 차이를 인정하고, 변화하는 제도와 관행속에 공존의 길을 찾으려는 자구노력이다. 사람 중심의 경제라 불리는 사회적경제가 새로운 청년들과의 결합으로 도약의 계기를 만들길 기대하며, 진심으로 청년들이 협력과 공생의 감각이 몸에 밴 사회적경제의 동량이 되길 기대한다. 물론 그들 안의 공동선에의 ‘의지’를 발견하고 실천으로 북돋우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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