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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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4   |  발행일 2019-05-24 제42면   |  수정 2019-05-24
17세기 돈키호테와 21세기 산초가 만나 ‘기묘한 여정’
20190524

보드카 광고 촬영을 위해 스페인에 온 천재 CF 감독 토비(아담 드라이버)가 슬럼프에 빠졌다. 척박한 작업환경은 물론 스태프들과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다. 그렇게 하루하루 무의미한 나날을 보내던 그가 우연히 자신의 졸업작품이자 첫 성공작인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DVD를 발견한다. 추억에 잠겨 옛 촬영지인 스페인의 한 작은 마을을 찾은 토비. 하지만 그곳은 전과 달리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떠나려던 순간 자기를 산초라 부르는 구둣방 할아버지 하비에르(조나단 프라이스)와 조우한다. 그는 토비의 졸업작품에서 돈키호테 역을 맡았다. 이후 두 사람은 17세기 돈키호테와 산초가 되어 의도치 않은 여정에 오른다.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테리 길리엄 감독이 장장 30년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제작 비화가 영화 내용보다 먼저 화제가 됐을 만큼 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각종 사고와 재해, 법적 분쟁과 하차 등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찍기 전엔 못 죽는다”고 말했을 만큼 테리 길리엄 감독의 각별한 애정이 녹아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30년만에 완성 작품…내용보다 제작 비화로 화제
영화속 영화인 졸업작품 활용한 ‘액자구도’ 흥미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명작 ‘돈키호테’를 모티브로 삼았다. 환상과 현실이 뒤죽박죽이 되어 기상천외한 사건을 일으킨다는 광기 어린 돈키호테의 본질은 그대로다. 다만 원작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되길 원했던 감독은 마크 트웨인의 소설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를 각색의 근간으로 삼았다.

19세기의 미국인이 6세기 아서 왕의 시대로 건너가 벌이는 이 초현실적인 모험극에, 21세기에 살고 있는 산초(토비)와 17세기의 돈키호테가 만난다는 설정으로 현대적인 색채를 입혔다. 감독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러스함도 첨가됐다. 특히 토비가 과거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던 영화 속 영화인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를 활용한 액자 형식의 구도는 흥미롭다. 이를 통해 단순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적 한계에서 벗어난 영화는 산초로 오해받는 토비의 21세기 현실과 자신을 돈키호테라고 믿는 구두 수선공 하비에르의 17세기 환상을 시공간의 제한없이 매끄럽게 연결한다. 스페인의 대표적 화가 고야의 환상적이고 혼란스러운 세계관이 줄곧 영화의 비주얼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장르:모험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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