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미형 일자리’ 확대해 제조업 메카 위상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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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3   |  발행일 2019-05-23 제31면   |  수정 2019-05-23

‘구미형 일자리 사업’이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LG화학과 구미시는 내년 말까지 구미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합의하고 다음달 초 투자의향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기업·지자체·시민사회가 공동 투자해 설립하는 법인이 운영을 맡을 것이라고 한다. 공장 건립부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내부 철거작업을 완료한 구미2산단 내 LG디스플레이 2·3 공장 부지(8만9천㎡)를 선호하는 반면, 구미시는 구미5산단 입주를 요구하고 있다.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는 구미로선 대기업 생산공장 건립이 매우 고무적이다. LG화학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수주 실적이 110조원에 달해 구미 생산라인에 고용된 인력은 향후 10년간 안정적 일자리가 보장될 전망이다. 게다가 구미형 일자리는 광주형 일자리처럼 근로자 임금을 낮추지 않는 투자촉진형이다. 기업이 투자하면 노·사·민·정 협약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복지·주거·공장부지·세제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임금삭감형이 아니어서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하는 데 유리하다.

1969년 조성된 구미산업단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수출입국’의 꿈을 실현하려 했던 박정희 대통령의 제조업 중흥 야심이 집대성된 현장이다. 1999년엔 단일 산단 최초로 1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하는 개가를 올렸다. 명실공히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전진기지이자 제조업 메카였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은 어느새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산업단지 공장 가동률은 뚝 떨어졌고 상가엔 불황의 냉기만 감돈다.

‘구미형 일자리 사업’은 구미엔 둘도 없는 기회다. 다만 LG화학 구미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의 신규 고용규모는 1천명 남짓이다. 구미경제 부활을 견인하기엔 턱없이 미흡하다. 따라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계기로 ‘구미형 일자리’를 확산시켜 나가는 게 중요하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립도 폴란드 공장 증설 계획을 변경한 결과다. 정부의 요청도 있었겠지만, 여러 가지 지원이 수반되는 ‘상생형 일자리 사업’이란 점이 기업의 투자를 유인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구미형 일자리’ 확대엔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재정은 이럴 때 써야 한다. 대기업이 창출하는 양질의 일자리라면 재정을 다소 투입해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신규로 조성한 구미5산단은 분양실적이 25%에 불과하다. 산업단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구미형 일자리’는 더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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