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한국문학] ‘뭉티기’를 표준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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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3


표준어에 언어현실 반영해

방언도 새롭게 검토할 필요

대구의 별미 뭉티기도 주목

전국적 지명도 점차 높여가

언젠가는 표준어 될 가능성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표준어를 관리하는 소수의 국가 가운데 하나이고 표준어를 관리하는 기관은 국립국어원이다. 국립국어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는 어휘는 표준어로 인정받는 셈이다. 표준어를 결정하는 과정은 종종 논란을 일으키곤 한다. 표준어로 제정되는 과정에서 가장 화제를 불러일으킨 어휘는 아마도 ‘짜장면’이 아닐까. 어원이 중국어에서 왔다는 이유로,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자장면’만 표준어로 인정받은 세월이 상당하다. 그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은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처지에 견주며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부르지 못한다고 한탄하곤 했다. 2011년에 ‘자장면’과 더불어 ‘짜장면’이 표준어로 인정받으며 그 동안의 불필요한 논란은 해소되었다.

이와 같은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일단 표준어를 꼭 국가가 관리해야 하느냐라는 근원적인 문제는 미뤄두기로 하자). 표준어는 언어의 현실을 반영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 사용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마치 사고의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해 교통신호를 지정하듯이 언어 사용의 혼란을 회피하기 위해서 임의로 결정된 체계가 표준어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표준어에 언어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식이 커지면서 기존의 표준어 규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었다. 비판을 수용하는 방편으로 복수의 표준어를 인정하는 사례가 늘어나게 되었다. 표준어의 규정과 언어 현실의 타협점이 바로 복수 표준어인 것이다.

표준어가 언어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기존에 방언으로 분류되었던 어휘에 대해서도 새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불러일으킨다. 원래 ‘멍게’는 경남 지방의 방언으로, ‘우렁쉥이’는 표준어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멍게’와 ‘우렁쉥이’ 모두를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어 규정에서도 기존에 방언으로 쓰이던 어휘가 세력을 얻어 널리 쓰이게 되면 표준어의 자격을 얻게 된다고 해설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는 않지만 ‘과메기’나 ‘간제미’ 역시 표준어로 인정될 만하다. 이들 어휘는 모두 지역에서 사용되던 식재료가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면서 표준어로 인정될 만큼 널리 알려지는 과정을 겪었다.

오래 기다리셨다! ‘뭉티기’를 제목으로 삼아 놓고 이제야 ‘뭉티기’를 등장시키는 무례를 범하고 말았다. 누군가에게 전주가 비빔밥의 도시라면 나에게 대구는 ‘뭉티기’의 도시다. 붉은 빛이 도는 차진 날고기를 다진 마늘과 고추, 그리고 참기름이 섞인 양념장에 찍어 먹는 맛은 대구 이외의 도시에서는 결단코 맛볼 수 없는 진미다. 연로하신 가게 사장님이 서울 사람들이 ‘뭉티기’만 먹으러 KTX 타고 다녀간다고 자랑삼아 풀어내시는 말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렇다. 최근에 ‘뭉티기’는 전국적으로 지명도를 높여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서 이야기한 방언의 표준어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뭉티기’는 아직 충분한 세력을 얻었다고 볼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비빔밥은 누구나 즐기는 음식이지만 ‘뭉티기’는 아저씨들의 음식이다. 그런데 ‘뭉티기’가 향후에 표준어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은 엿보인다. 현재 고기를 생으로 섭취하는 음식으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어휘는 아마도 ‘육회’가 유일한데, “소의 살코기나 간, 처녑, 양 따위를 잘게 썰어 갖은 양념을 하여 날로 먹는 음식”이라는 설명이 ‘뭉티기’와는 다른 음식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결혼식장 뷔페에서 육회를 먹지 ‘뭉티기’를 먹진 않는다. 뭉티기와 유사한 음식을 가리키는 어휘로 ‘생고기’나 ‘육사시미’ 등이 있지만, ‘생고기’는 식자재로의 의미가 두드러지고 ‘육사시미’는 일본어에서 유래했기에 순화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남은 표준어 후보는? 당연히 ‘뭉티기’다. 언젠가는 말이다.

김진웅 (경북대 국어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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