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역경제 몰락’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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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3

“니는 밥도 안 묵고 사나.” 얼마 전 취재차 영천시청을 찾아가는 길에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식당 안주인이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그날은 약속시간이 촉박해 그냥 재미있는 인사라고 치부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또 다른 식당 주인도 비슷한 인사를 건넸다. 순간 20여년전 IMF 환란 시절 이 같은 인사를 받았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만큼 장사가 안된다는 얘기였다. 장사 안되니 우리 식당에도 한 번 오라는 것임을 다소 늦게 깨달았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영천시지부 회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존 업소는 1천291곳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1천313곳)에 비해 단지 22곳이 감소한데 불과하다. 단순 수치를 두고는 ‘뭐가 어렵나’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현장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외식업시지부 한 관계자는 “장사 안돼 죽겠다는 소리를 하루 수십 번도 더 듣고 있다”며 “실제 개점휴업 업소가 100여곳은 된다”고 말했다.

지역 상공계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상공회비도 못내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현상유지’가 최대 목표라고 했다. 꽉 막힌 돈줄에 내수도 엉망이라며 직원들 월급 주는 날이 다가오면 겁부터 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래를 견인해갈 신산업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향후 한 세대를 주도해나갈 바이오, 수소·전기차 등 4차산업에 대한 인프라가 지역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중소 업계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특히 지난 20~30년간 지역경제를 선도해온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의 신음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은 내수부진에 따라 일감이 줄었다. 근로자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봉급이 월 50만~70만원가량 줄어 소비능력이 떨어졌다. 이들의 소비능력 저하로 골목상권도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부품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지역경제의 한축을 담당했다. 영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지역제조업체수는 1천574개로 1만7천881명의 근로자가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자동차 부품관련업체는 130여곳에 불과하지만 5천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매출액도 전체 제조업체의 40%를 육박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장기불황은 지역경제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역경제 몰락은 지방소멸을 촉진시킬 게 분명하다.

이제 지방소멸은 먼 달나라 얘기가 아니다.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보고서’에 따르면 30년 이내 전국 지자체 243곳 가운데 77곳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행히 영천시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바로 아래 단계인 소멸위험 진입단계로 분류됐다. 인구감소보다 지역경제 몰락 전조현상이 더 문제다. 지자체는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공약 정책에 몰두하기보단 지역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혜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신성장산업 육성을 위해 상공인들과 적극 소통해야 한다. 지역 중추 세력인 40~60대 자영업자의 실태도 세심히 살펴야 한다. 이들이 떠날 준비를 할 땐 이미 늦다. 모든 공직자가 지역경제 부흥 및 체질 개선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지방경제 부흥’ 없는 전입인구 늘리기는 사상누각이다.

유시용기자 (경북부/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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