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대학혁신의 길Ⅱ- 독일을 가다 .1] 고등교육정책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구글플러스
  • 기사내보내기
  • 박종문기자
  • 2019-05-21
  •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4차 산업혁명 주도” 정부, 대학혁신 지원 위해 예산 쏟아붓는다

뮌헨대는 독일에서 둘째로 큰 대학이며 3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독일을 대표하는 명문 종합대학이다. 우수(엘리트)대학에 선정돼 독일정부의 집중지원을 받고 있다. 사진은 Geschwister Scholl(숄 남매) 뮌헨대학 본관 중앙건물 내부다. 한스 숄(오빠)과 소피 숄 남매는 학생 5명과 교수 1명이 결성한 반나치 그룹인 백장미단의 일원이었다. 1942년 6월부터 1943년 2월까지 나치를 비판하며 저항을 촉구하는 전단을 여섯 차례 배포하다 발각돼 사형당했다. 이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Geschwister Scholl 뮌헨대 중앙건물’로 불리고 있다. 중앙건물 내에는 백장미단 기념 벽판, 소피 숄의 동상이 있다.
세계 각국의 대학혁신 사례를 취재·보도하고 있는 영남일보가 지난해 ‘일본편’(영남일보 2018년11월29일~12월26일 6회 보도)에 이어 두번째로 독일의 대학혁신 현장을 소개한다. 이번 ‘대학혁신의 길Ⅱ-독일을 가다’에서는 독일 연방정부 및 주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을 비롯해 주요 대학의 혁신 방향, 세계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독일의 직업교육 현장 등을 집중 보도한다. 독일은 세계에서 셋째로 많은 노벨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로 인재개발 및 과학기술 육성으로 경제대국이 됐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독일은 현재 미국과 치열하게 4차 산업 프레임 경쟁을 하고 있다. 독일은 고등교육기관(대학)이 국가혁신체계의 핵심이라고 보고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대학정책을 펴오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정책을 대학 중심으로 전개하면서 국가혁신역량을 높여가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협력해 고등교육 및 과학연구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등 대학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고등교육 수요 확대

독일에는 1386년 설립된 하이델베르크대학을 비롯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학이 많다. 전통적으로 ‘순수학문 연구’와 ‘지식 전수’를 대학의 주요기능으로 강조해 왔다. 때문에 1950년에는 대입 적령기 학생의 5%만이 대학에 진학했다. 대부분 학생은 중학교나 고교 졸업 후 직업학교를 통해 사회에 진출했다. 산업화에 필요한 절대 인력을 직업학교를 통해 배출한 것이다.


1970년부터 대학 교육 침체되자
연방·주정부 대대적 혁신 착수
‘경쟁력 향상’장기 프로젝트 추진
독일 10여개大 세계 톱 랭킹 목표
우수대학 집중 지원 결과 ‘성공’

7월엔 10여개 탁월대학도 선정
2026년까지 7년간 정부예산 지원

유학생 35만명으로 국제화에 기여
해외 독일대학 연방정부 지원받아
영미권과 동일학제정비 교류 넓혀



하지만 1968년 소위 68학생운동 이후 대학진학 수요가 급증하면서 독일 대학은 양적 성장을 한다. 나아가 산업고도화에 따른 고급인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2000년 전후로 엔지니어, 전산, 사회복지, 농업, 디자인 등의 분야에 대한 인력육성을 위해 전문기술대학이 많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2009학년도 겨울학기 기준으로 410개 대학에 212만명이 재학하게 된다. 또 2014년부터는 대학 진학생 수가 직업학교 학생 수를 초과했다. 직업학교 졸업생 가운데도 3분의 1이 대학입학 자격을 취득하고 있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동일 연령대 5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어 고등(대학)교육이 명실상부 보편적 교육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970년부터 시작된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국가재정 투입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교육 및 연구기능이 침체되는 현상이 2000년대까지 이어졌다. 급기야 세계대학 주요 랭킹에서 독일 대학이 밀려나면서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대대적인 대학교육 혁신에 착수했다.

◆탁월대학 프로그램

대학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독일의 정책은 무려 20년이 넘는 장기계획으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주목되는 것은 독일 내 10여개 대학을 국제 톱 랭킹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우수대학 이니셔티브’ 정책이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대학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05년 7월 ‘탁월(우수)대학 이니셔티브(Exzellenz initiative)’ 협정에 서명했다. 대학혁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6~2011년 총 19억유로를 지원하기로 하고 연방정부가 75%, 주정부가 25%를 부담하는 내용이다.

이 사업은 3개 카테고리로 짜였다. 대학·산업계·공공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우수클러스터 지원사업(Exzellenzcluster)’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 진흥을 목표로 37개의 클러스터를 선정하고 클러스터당 매년 약 650만 유로를 5년간 지원했다. 젊은 연구원을 지원하기 위한 박사과정의 ‘대학원 육성사업(Graduiertenschulen)’을 통해서는 약 40개 대학원을 선정해 대학원당 매년 약 100만유로를 5년간 지원했다. 그리고 ‘미래대학 육성사업(Zukunftskonzepte)’은 우수클러스터사업과 대학원 육성사업에 선정된 대학 가운데 일부(우수) 대학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것이다. 세계 수준의 대학 연구와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한 ‘미래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엘리트대학으로 불렸으며, 1차로 3개 대학이 선정됐다.

대학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사업 종료 2년을 앞둔 2009년 우수대학 이니셔티브 사업을 2017년까지 계속(2단계)하기로 결정했다. 27억유로의 기금으로 2012년 11월부터 2017년 10월 말까지 두 번째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 1·2단계를 통해 브레멘대, 훔볼트대, 베를린자유대, 아헨공대, 쾰른대, 드레스덴공대, 하이델베르크대, 튀빙겐대, 콘스탄츠대, 뮌헨대, 뮌헨공대 등 11개 대학이 우수(엘리트)대학에 선정돼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집중지원을 받았다.

6년 단위 사업을 두 차례나 성공적으로 진행한 독일은 지난해 ‘7+7계획’ 이행에 들어갔다. 대학경쟁력 향상을 위해 3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이다. 우수대학 이니셔티브 후속정책은 2018년 수립된 탁월대학육성전략(Exzellenzstrategie)이다. 이 전략은 세계적 톱 클래스 대학 육성을 목표로 매년 5억3천300만유로를 탁월대학집단 및 탁월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에 최장 14년 동안 지원하는 정책이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9월 34개 대학 57개 사업을 ‘탁월대학집단’으로 선정했다. 2019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를 사업기간으로 해 7년간 27억유로를 지원한다. 연간 3억8천500만 유로를 들여 사업당 300만~1천만유로를 투자할 예정이다. 평가 후 7년 더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독일 정부는 또 오는 7월에 10여개 탁월대학(엘리트대학)을 선정해 육성할 방침이다. 탁월대학집단 가운데 선정될 탁월대학에는 오는 11월부터 2026년 10월까지 7년간 매년 1억4천800만유로를 투입해 대학별로 매년 1천만~1천500만 유로를, 대학연합에 1천500만~2천800만유로를 추가 지원한다. 이들 사업은 단계 평가를 거쳐 2025년 이후 7년 더 진행된다.

◆글로벌화

2013년 4월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공동으로 ‘독일 대학의 국제화를 위한 장관 전략’을 채택했다. 목표는 독일과 다른 나라 간 학생 이동성을 대폭 증가시키는 것이다. 학생들은 재학 기간 중 해외에서 시간을 보냄으로써 추가적인 기술을 습득하고 현대사회에 필요한 국제경험을 쌓을 수 있다. 정부는 해외에서 적어도 3~15개월간 유학하는 재학생의 비중을 차츰 늘렸다. 2020년까지 해외 파견 유학생을 35만명으로 늘리는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미 달성했다고 한다. 독일 젊은 학자들이 과학적으로, 문화적으로 국제적인 자격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학생·졸업생·과학자의 교류를 확대한 결과다.

앞서 독일학술교류처(DAAD)는 2010년부터 독일 학생의 이동성 향상 프로그램 (PROMOS)을 통해 독일 고등교육기관을 지원하고 있다. 또 2015년 DAAD는 ‘Study Worldwide- Experience It!’ 캠페인을 통해 단기 연구, 인턴십, 언어·전문 과정, 그룹여행을 제공하며 해외체류를 촉진시키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해외교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현재 해외의 독일 대학 22개 프로젝트가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카이로 독일대학(GUC), 독일 요르단 대학(GJU), 오만 기술독일대학(GUtech), 한국 프리드리히-알렉산더 대학, 에를 랑겐-뉘른베르크 FAU 부산 캠퍼스 등도 있다.

1999년에 출범한 볼로냐 프로세스(Bologna Process)도 유럽 내 학생교류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볼로냐 프로세스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29개 유럽 국가들이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모여 2010년까지 단일한 고등교육제도를 설립해 유럽 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자 설립됐다. 볼로냐 선언 후 유럽연합에 속하지 않은 국가도 참여해 회원수가 48개국으로 늘었다. 특히 국립대의 학위제를 통일시킨 점이 눈길을 끈다. 이전까지 유럽 대학은 학사와 석사 과정을 통합해 배우는 마스터 과정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볼로냐 프로세스는 이를 미국식 학사·석사·박사제도로 개편했다. 영미권과 동일한 학제로 정비함으로써 국가 간 학생 이동성을 높이고 국제교류를 강화한 것이다. 또 유럽 국가들이 대학 내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1987년부터 시작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 프로그램(Erasmus Program)도 국제화에 기여하고 있다.

글·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Copyrights ⓒ 영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