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물밥’에서 찾은 건강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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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0   |  발행일 2019-05-10 제33면   |  수정 2019-05-10
현미·귀리 등 가급적 도정 하지 않고 통째 섭취
癌 수술 이후 살 잘 안찌는 체질, 체중 증가 효과
많이 찌는 체질은 빠지는 효과…당뇨병도 완화
‘통곡물밥’에서 찾은 건강

지난 7일 대구 수성구의 한 식당에서 달구벌신협 장하석 이사장과 취재를 겸한 식사를 했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한식집이었는데 장 이사장이 식탁 앞에 앉자마자 도시락을 꺼냈다. 고동색의 작은 도시락 주머니에는 보온밥통 2개가 나란히 들어있었다.

궁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기자의 의중을 알아챘는지 “통곡물밥입니다”라고 말한다. “밥통에 점심식사와 저녁식사 때 먹을 밥만 넣어 옵니다. 반찬은 식당에서 나온 것을 먹지요.”

밥통의 뚜껑을 여는데 눈에 익은 흰밥이 아니라 누런 빛깔이 도는 검은색 밥이다. 밥알 사이사이에 까만콩도 들어있다.

“밥에 들어간 곡물 종류가 많은 것 같습니다.” “백미는 전혀 넣지 않습니다. 현미, 흑미, 율무, 귀리, 메밀, 서리태, 렌틸콩 등에 강황을 섞어서 밥을 짓지요. 현미는 최소한 8시간 이상 불려야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아내가 매일 저녁에 쌀을 씻어두었다가 아침에 밥을 합니다. 쌀통에 통곡물밥에 들어갈 재료를 잘 섞어 담아놓은 뒤 이것을 미리 씻어두었다가 밥을 하면 돼 별로 번거로운 것은 없습니다.”

기자의 궁금증을 한번에 해결해주려는 듯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통곡물밥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왜 이렇게 통곡물밥을 먹게 되었는지와 그 효과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장 이사장은 2017년 말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강지원 상임대표를 만나 밥상에 대변혁이 일어났다고 했다. “강 상임대표가 대구에 통곡물자연식과 관련한 강의를 왔는데 우연히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 식사자리에서 통곡물밥의 위력을 알게 되었지요.”

이처럼 통곡물밥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유가 있었다. 강 상임대표가 자신의 변화된 신체건강을 이야기해주었는데, 8년 전 위암수술을 받고 살이 10㎏ 이상 빠진 장 이사장은 자연히 건강식인 통곡물밥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몸에 좋다고 하니 시작했습니다. 너무 뚱뚱한 사람은 살이 빠지고, 반대로 빼빼한 사람은 살이 찐다고 하니 관심이 갈 수밖에요.”

젊은 시절 은행원으로 일한 그는 1997년 달구벌신협을 설립하고 키워오기까지 정신없는 세월을 보냈다. 잠잘 시간은 물론 밥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허겁지겁 앞만 보고 달리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보니 밥 먹는 시간이 채 5분도 되지 않았다. 음식의 맛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허기를 채우는 데 급급했다. 결국 소홀한 몸관리가 병을 불러왔다. 나이에 비해 늘 건장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장 이사장은 위암 선고를 받았고 그나마 수술 결과가 좋아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다. 그런데 수술 후 빠진 체중이 좀처럼 되돌아오지를 않았다.

통곡물밥을 먹고 난 뒤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두세 달 먹고 나니 살이 조금씩 찌기 시작한 것이다. 1년6개월 정도 통곡물밥을 먹었는데 현재 3㎏ 정도 체중이 불었다. “다른 식단 변화는 없었습니다. 흰쌀밥에서 통곡물밥으로 바꾸었는데 그렇게 늘리려고 해도 늘지 않던 살이 몸에 슬슬 붙기 시작하더군요. 아내는 약간 살이 찐 편인데 저처럼 통곡물밥을 먹고는 5㎏ 이상 빠졌습니다. 그러니 저나 아내나 통곡물밥을 안 먹을 수가 없지요.”

통곡물밥 예찬을 이어가는 장 이사장의 권유로 직접 통곡물밥을 서너 숟가락 맛보는 기회를 가졌다. 강황이 들어가서 그런지 카레 냄새는 물론 구수한 냄새가 나는 통곡물밥을 처음 먹어본 기자 입맛에는 사실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조금 맛이 없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밥의 찰기가 떨어지고 백미 특유의 고소한 맛이 줄어든 것 같지요. 통곡물밥은 흰쌀밥처럼 몇 번 씹어서 삼키면 안 됩니다. 밥 짓는 요령만큼이나 씹는 요령도 제대로 알고 철저히 실천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 5분 동안 먹었던 밥을 최소한 20분 이상 먹으려 노력합니다. 밥을 입에 넣은 뒤 거의 죽이 될 정도로 오랫동안 꼭꼭 씹어야 합니다. 이런 씹는 과정을 처음에는 습관 들이기가 쉽지 않은데 제대로 실천하면 흰쌀밥과는 또 다른 구수한 밥맛을 알게 됩니다.”

밥만 바꾸었을 뿐인데 체중이 증가하고 중년때부터 늘 달고 다니던 당뇨병도 완화되었다. 당 수치가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또 속이 편안해지고 몸도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다. 주위에서 피부가 맑아졌다, 피부에 윤기가 흐른다 등의 소리도 많이 듣는다. 실제로 자신과 같이 통곡물밥을 꾸준히 먹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보면 얼굴에 화색이 돌고 윤기가 흐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말도 장 이사장은 덧붙였다.

통곡물밥을 비롯한 통곡물자연식이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건강에 적신호가 와서 건강식을 하려는 이들은 물론 미리 미리 건강을 챙겨두려는 일반인에게도 널리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영남본부가 지난해 대구에 결성되면서 통곡물자연식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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