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고령자 교통사고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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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4   |  발행일 2019-05-04 제23면   |  수정 2019-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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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일본 시가국립대학 경제학부 교수

지난달 19일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고령자가 운전하는 승용차가 폭주하여 자전거를 타고 있던 30대 여성과 딸이 사망하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교통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은 남성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운전이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운전을 그만두는 선택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주위의 설득과 가족들이 고령자 운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기자회견에서 호소했다. 보도에 따르면 운전을 하던 87세의 남성은 다리가 아파서 평소 지팡이를 짚고 다녔으며 ‘자동차 운전을 그만두겠다’며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했다고 한다. 일본은 고령사회가 심화됨에 따라 고령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증가하면서 사고방지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고령자의 정의는 의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65세 이상을 고령자로 보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일본은 2018년의 고령자 인구가 3천557만명으로 전 인구의 28.1%를 차지하는 유례없는 초고령사회가 진전되고 있다. 총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평균수명은 남자가 81세, 여자가 87세로 늘어나 향후의 고령화율이 더욱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75세 이상의 운전면허 보유자수를 보면 매년 증가하여 올해는 거의 6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70세 이상의 운전면허 보유자는 면허갱신시 자신의 운전기능에 대해 충분히 인식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고령자 강습을 받아야 한다. 75세 이상의 고령자는 고령자 강습과 함께 인지기능 검사도 받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고령운전자를 식별하기 위해 70세 이상의 운전자는 고령자 마크를 자동차에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부착하지 않아도 벌칙은 없지만 고령자 마크를 부착한 자동차에 끼어들거나 차간 거리를 좁혀 운전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이처럼 일본정부가 고령자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는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고령자의 교통사고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면허 반납을 독려하고 있으나 서슴없이 반납하려는 고령자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와 같이 자식과 함께 거주하는 고령자가 드물어 장보기나 병원 업무를 위해 자동차는 필수 불가결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는 이동수단뿐만 아니라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고령자에게 있어서의 면허 반납은 이동수단을 잃어 버리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리는 상실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다.

요미우리 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상사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고려해 고령자의 운전을 지금보다 더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82%에 달했다고 한다. 운전에 불안을 느끼는 고령자가 면허를 반납해도 새로운 취미를 찾을 수 있는 환경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족이 고령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주위에서도 고령자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동수단을 잃어버린 고령자에 대해서는 서울이나 부산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통카드 지급 등의 행정적인 지원도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운전에 있어서는 운전경력이 많은 고령자가 베테랑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시력과 청력, 순발력, 판단력과 기억력 등의 신체기능이 떨어져 젊을 때와 같이 운전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운전면허를 정부에 반납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운전에 조금이라도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면허 반납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고령화율이 7% (고령화사회)에서 14%(고령사회)에 도달하는데 걸린 기간은 24년이었으나 우리나라는 18년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되고 있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고령자가 자신의 신체기능과 인지능력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실시와 면허를 자진 반납하게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김병기 일본 시가국립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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