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백화산 주행봉(舟行峰 874m) 충북 영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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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3   |  발행일 2019-05-03 제37면   |  수정 2019-05-03
정상으로 번지는 연둣빛 물결위로 아슬아슬한 톱날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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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봉 정상에서 855m봉으로 이어지는 톱날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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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봉 정상 무덤을 뒤덮은 할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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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봉을 오르면서 내려다본 풍경. 색 번짐이 수채화 물감을 뿌린 듯하다.

백화산(白華山, 해발 933m) 주봉인 한성봉과 서남쪽 방향으로 약 3㎞ 떨어진 봉우리인 주행봉이 대표적인 봉우리다. 경부고속도로 추풍령에서 황간을 지나다보면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인데 마치 수십 개의 돛을 활짝 편 거대한 범선이 하늘을 떠다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멀리서 본 정상부는 뾰족한 바위봉우리들이 연이어져 거대한 범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산세가 범상치 않아 보인다.

5년 전 겨울, 한성봉에서 주행봉까지 종주를 계획하고 찾았다가 정상부에 내린 눈으로 주행봉으로 향하는 능선의 바윗길이 얼어붙어 발길을 돌려야 했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주행봉만 따로 한 바퀴 돌아내려오는 계획으로 이곳을 올랐다가 주행봉에서 이어지는 톱날능선에 눈이 쌓여 넘어가질 못하고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내려온 기억이 있다. 겨울이 아닌 계절에 올라보자고 마음먹고 벼른 끝에 다시 찾은 곳이다. 산행 전날까지 비가 내렸지만 다행히 그쳤고 화창하기까지 하다.

수십개 돛 활짝 펴고 떠다니는 거대 범선 형상
뾰족한 바위봉우리 연이어져 범상치 않은 산세
잎 무성해진 벚나무·꽃 매달고 있는 산벚나무
뽀얀 솜털 두른 고사리 수줍은 듯 고개 내밀어
밧줄 잡고 오른 중간쯤 몸 겨우 빠지는 홈통바위
넓은 정상 한가운데 할미꽃 가득 핀 무덤 한 기
휘어져 나가는 내리막 능선도 밧줄 몇 번 잡아야


산 아래는 연둣빛이 완연한 봄옷을 갈아입었지만 올려다본 산 정상부는 아직 앙상한 나목이다. 반야교를 건너면 찻길은 좌우로 갈린다. 오른쪽은 백화산 정상인 한성봉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하산하게 될 산림욕장 가는 길이다. 들머리는 반야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10m쯤 화장실 정면의 계단을 오르면 된다. 계단을 5분 정도 오르면 ‘백화산 둘레길 720m, 백화산 주행봉 1천700m’로 적은 첫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이정표를 지나면 능선을 따르게 되는데 가파르기는 하지만 크게 힘든 구간은 아니다. 산 입구 가로수 벚나무는 이미 꽃을 떨구고 잎이 무성한데 산벚나무에는 아직 꽃이 매달려 있다. 간혹 각시붓꽃이 보이는가 하면 뽀얀 솜털을 두른 고사리도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고 있다. 쉬엄쉬엄 오르며 평지인 듯 다소 완만해지는 지점에 두어군데 벤치가 놓여있다. 벤치를 지나면 바위가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된다. ‘주행봉 1.52㎞, 석천암 입구’로 적은 이정표를 지나면 오른쪽은 숲에 가려 조망이 어렵지만 왼쪽은 주행봉에서 하산하게 될 능선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걷게 된다. 바위아래에 길게 늘어진 밧줄을 잡고 중간쯤 오르자 몸이 겨우 빠질 정도로 좁은 홈통바위를 어렵게 통과한다. 바위를 넘거나 왼쪽으로 돌아 올라야 하는 구간에서 ‘주행봉, 석천암 입구’ 이정표를 또 만난다. 주행봉은 알겠는데 석천암은 도무지 알 길이 없고 이후에는 석천암이라 적은 이정표는 없다. 가파른 바윗길을 기어오르고 밧줄을 두어 번 더 잡고 올라 바위능선 위에 선다. 정면으로 주행봉이 올려다 보이고, 주행봉에서 넘어야 할 능선이 톱날처럼 날을 세우고 있다. 조망이 트이는 바위에 올라 내려다본 풍경은 아래에서 연둣빛이 퍼져 정상으로 서서히 물들며, 녹색이 회갈색으로 번지는 그러데이션을 보는 듯하다. 한차례 더 된비알을 올라 정상 바로 아래에 이르면 ‘주차장 2.6㎞, 한성봉 3.13㎞, 주행봉 0.1㎞’로 적은 이정표를 만난다. 오르던 길 오른쪽 능선을 따라가면 한성봉이고, 정면은 주행봉인데 한성봉을 가려면 주행봉에 올랐다가 되돌아 나와야 하는 갈림목이다. 주행봉은 100m로 표기가 되었지만 실제로는 30m쯤으로 가깝다. 주행봉 한쪽에 작은 정상 표석이 놓여있고, 넓은 정상 한가운데 할미꽃이 가득한 무덤 한 기가 봉우리를 지키고 있다. 남동쪽 멀리 백두대간 주능선인 황악산(1천111m)이 보이고, 정남쪽으로 민주지산(1천242m)이 나란히 조망된다. 이곳에서 백화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톱날능선으로 불리는 바위능선을 지나며 저 멀리 건너에 우뚝 솟은 정상으로 번져가는 연둣빛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진행할 방향의 능선도 마찬가지로 날을 세운 톱날 같은 능선이다. 오르던 정면으로 나가면 바로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바윗길이다. 스틱을 접어 배낭에다 넣고 본격적인 바윗길에 대비한다.

오른쪽으로 얼기설기 늘어진 밧줄을 잡고 내려섰다가 정면의 바위능선으로 올라야 하는데 밧줄을 잡고 내려서기도 만만찮은 구간이다. 어렵사리 바위능선에 올라서면 곡예를 하듯 좁은 바위능선을 지나야 한다. 그해 겨울. 아슬아슬한 톱날능선을 지나지 못하고 되돌아가길 잘했다 싶었다. 겨울이 아름답다는 백화산이지만 겨울은 피해야 할 곳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줄광대가 외줄을 타듯 아슬아슬한 고빗사위를 지나고 나면 다음 봉우리는 왼쪽으로 크게 돌아내려가 다음 봉우리 아래 안부로 길이 나있다. 안부 주변에 미치광이풀이 보라색 꽃을 매달고 군락지어 피어있다. 막아선 봉우리에도 밧줄이 이어져 있다. 2단으로 연결된 밧줄을 잡고 올라서서 오른쪽으로 돌아 봉우리 위로 한 번 더 올라야 하는데 바위에 진흙이 묻어있어 밧줄을 잡고 올라도 미끄러울 정도다. 꼭대기에 올라서면 지나온 바위능선과 멀리 정상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이 탁 트이는 곳이다. 딱히 이정표는 없어 지형도상에 855m로 된 그대로 855m봉으로 부르고 있다.

왼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내리막 능선에도 밧줄을 몇 번 잡아야 하고 다 내려가면 ‘주행봉 0.42㎞, 주차장 2.16㎞’의 이정표가 서있다. 여기서부터는 가파르긴 하지만 밧줄을 잡아야 하는 위험한 구간은 없다. 20분쯤 내려서면 작은 돌탑 앞에 ‘주차장 1.5㎞’로 적은 이정표가 있고, 길은 왼쪽으로 꺾여 작은 능선을 따른다. 간혹 계단이 놓여있거나 지그재그로 꺾어 경사를 완만하게 길을 내뒀다. 20분쯤 내려서자 경운기 정도 다닐 만한 길이 넓어지고 곧 산림욕장 산책로를 만난다. 산책로로 내려서다가 데크가 깔린 야영장을 만나면 주차장 이정표를 따라 나가고, 포장길을 만나고 5분이면 반야교에 닿는다. 밀린 숙제를 마친 듯 벼르고 벼른 산행을 마무리하고 차로 3분 거리인 반야사 경내를 여유롭게 둘러본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길잡이

반야교 -(20분)- 벤치 쉼터 -(20분)- 주행봉 1.52㎞, 석천암 입구 -(55분)- 주행봉 -(25분)- 855m봉 -(40분)- 돌탑 갈림길 -(30분)- 산림욕장 야영장 -(7분)- 반야교

백화산은 경북 상주시와 충북 영동군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오르는 코스가 여럿 있다. 백화산 정상인 한성봉만 오를 수도 있고, 주행봉과 한성봉을 종주로 이을 수도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주행봉을 따로 잡아도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주행봉에서 이어지는 능선은 곳곳의 톱날능선을 지나야 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주행봉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면 약 5㎞로 거리는 짧지만 4시간 정도 넉넉히 잡아야 한다.

☞ 교통

경부고속도로 황간IC를 빠져나와 영동황간로를 따라 김천 방향으로 우회전해 약 1.7㎞를 가면 황간교삼거리가 나온다. 좌회전해 49번 지방도를 따라 황간면소재지를 지나 약 4.5㎞를 가면 우매삼거리가 나온다. 좌회전으로 약 2.5㎞를 더 가면 반야사 입구 상가를 지나 반야교가 나온다.

내비게이션: 충북 영동군 황간면 우매리 164-8(반야교)

☞ 볼거리

◇ 반야사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본사 법주사의 말사인 반야사는 원효·의상대사 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창건 설화가 있다. 기록에 의하면 신라의 무염국사(無染國師)가 심묘사에 머무를 당시 사미승 순인을 이곳에 보내 못의 악룡을 몰아내고 못을 메웠고, 720년(성덕왕 19) 의상대사의 제자인 상원(相願)이 창건했으며, 1325년(충숙왕 12)에 중건하였다고 한다. 보물 제1371호인 삼층석탑과 극락전 앞에 수령 500년이 넘는 두 그루의 배롱나무가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다. 절 마당에서 범종각 뒤로 보이는 산에 산사태로 흘러내린 돌무더기가 흡사 호랑이 형상을 하고 있어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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