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상대(Partner)를 존중합니다”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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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1   |  발행일 2019-05-01 제30면   |  수정 2019-05-01
종편, 유튜브, SNS 등에서
자기생각과 다른 대상에게
비방과 인격무시 위험수위
상대 배려, 이해부족 심각
이해 폭 넓혀 공동체 가꿔야
[동대구로에서] “상대(Partner)를 존중합니다”
박종문 교육팀 부장

국민 스포츠로 굳건히 자리잡은 축구는 국제대회 성적에 늘 아쉬움이 많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02년 월드컵과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격파한 것이 국민기대를 충족시킨 몇 안되는 성적이다. 정서상 아시아 최강이라는 자부심은 있지만 대회성적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FIFA 랭킹도 아시아 최강과는 거리가 멀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지만 한 마디로 말하면 준비가 안돼있기 때문이다. 훈련이든 선수선발이든 코칭스태프든 어느 한쪽에 구멍이 뚫린 채로 경기에 나서니 결과가 좋을 리가 없다. 스포츠의 특성상 흥행을 위해 기사는 늘 우승 도전이고, 그럴듯하게 포장된 기사에 팬들은 기대감을 갖고 경기에 관심을 가지지만 실제 우승전력으로 나선 대회는 거의 없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몇 년전부터 대한민국 축구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하는 것이 있다. 감독이나 선수들이 하는 인터뷰 내용 때문이다. 통상 대회를 앞두고 하는 축구선수 인터뷰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국민적 열망을 담아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출사표가 대부분이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혼신의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이다. 그 인터뷰 내용에 국민들도 만족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주목하는 인터뷰 내용은 좀 엉뚱하다 할 수 있다. 그 내용은 바로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경기에 임하겠다’는 말이다. 내 기억에 이 표현은 주로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는 정상급 외국 선수들이 인터뷰 때 자주하는 말이다. 팀간 실력차이가 많지 않고 개인기량도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우열이 가려질 정도로 종이 한 장 차이가 나는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가짐이라 여겨진다. 이 표현은 내 실력이 뛰어나지만 상대 또한 탁월한 만큼 상대를 제대로 보고 성심성의껏 경기에 임하겠다는 자세라고 이해한다. 다소 순위가 아래있는 팀이라고 얕보고 덤비다간 큰 코 다친다는 것을 경험칙으로 알고 있는 선수들이 오만해지지 않고 냉정한 마음으로 경기를 하겠다는 다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인터뷰가 몇 년전부터 우리나라 축구 선수 사이에서 가끔씩 보게 된다. 감독 몇몇도 이런 내용으로 인터뷰하는 것을 봤다. ‘상대를 존중한다’는 이 인터뷰가 그냥 외국 프로선수 인터뷰를 단순 모방한 것인지, 실제 그런 마음가짐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그런 인터뷰를 볼 때마다 그 선수를 다시 보게 된다.

한국 축구가 가진 고질적인 습관 가운데 하나가 강팀에는 너무 위축되고 약팀은 너무 만만하게 보고 경기를 하는 점이다. 국가대표 실력이 강팀을 만나느냐, 약팀을 만나느냐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것은 결국 마음가짐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상대에 대한 실질적 분석은 없는 상태에서 경기에 나선 것이라고 봐야 한다. 국가대표 팀답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상대를 존중하는 선수들이 늘어난다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머지않은 미래에 어느 팀을 만나든 우리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시절이 오면 우리나라가 일본을 넘어 아시아에서 가장 위협적인 축구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다 보니 축구이야기가 길어졌다. 종편의 등장과 SNS의 발달, 유튜브 등으로 지금 우리 사회는 상대를 깔아뭉개기에 한창이다. 정치인이든 사회인이든 조금만 잘못해도 융단폭격이 가해진다. 어떡하든 상대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인격모욕을 하고, 아니면 말고식의 추측성 비방도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자기중심주의적 사고를 일반화시키는 위험한 사회로 치닫고 있는 거 같아 두렵다.
박종문 교육팀 부장
국가와 사회는 하나의 가치로 유지될 수 없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서로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존중할 때 건전한 사회와 국가가 형성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와 국가의 유동성이 커진 지금 이 시기에 나를 알고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한다.박종문 교육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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