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협동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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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30   |  발행일 2019-04-30 제31면   |  수정 20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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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6일 태전동 ‘협동조합 농부장터’에서는 흥겨운 뽕짝으로 들썩이는 이색행사가 있었다. 100여명의 사람이 모여 노는 노래자랑 결선전이 펼쳐진 것이다. 청중들의 신나는 추임새가 예선을 거친 조합원의 노래자랑에 흥을 더했다. 최종 1등은 우즈베키스탄 출신 주부조합원이었다. 이날은 협동조합 농부장터 10주년기념일이었다. 초기부터 농부장터를 꿈꾸고, 키우면서, 동행한 사람들이 모여 자축하는 잔치의 자리였다. 2009년 5월 친환경 직거래 상설매장 ‘농부’를 개장하면서 시작한 농부장터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넘어 도시와 농촌을 잇는 공동체로 뿌리를 내렸다. 지난해는 이용인원이 10만명을 넘었고 매출액은 약 25억원을 기록했다. 작년말 기준 법정조합원 137명, 이용조합원 2천58명, 참여농가 206가구(대구 26·경북 180), 직원 14명이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뛴 결과다.

이러한 협동의 움직임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3년 전 도시락과 케이터링, 식당을 운영하는 6개 사회적경제기업들이 합심해 ‘먹거리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수시로 모임을 가지면서 큰 행사에 납품할 수 있는 공동의 도시락 상품을 개발하고, 식재료와 소모품을 공동구매하면서 경쟁력을 키웠다. 최근엔 공동브랜드 ‘베리쿱(VERYCOOP)’과 공동생산시설 ‘안심팩토리’도 만들어 ‘올인’ 의지를 더 단단히 하고 있다. 좋은 식품을 좋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베리쿱은 위탁급식과 케이터링, 도시락 분야의 대구 사회적경제 식품분야 공동브랜드인데 밖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고, 안으로는 협력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 안심팩토리는 소기업이 갖추기 어려운 공동 HACCP 인증시설을 갖추면서 ‘먹거리네트워크’에서 생산하는 먹거리의 품질을 높이는 발판이 될 것이다.

카페 분야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보인다. 많은 개인 카페들이 창업 후 메뉴 개발과 교육, 설비 관리, 원재료 공급 등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본 ‘토브커피에이전시협동조합’은 바리스타 심사위원을 하면서 느꼈던 개인 카페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기 위한 소모임에서 출발했다. 최근 생두 공동구매로 가격을 20% 낮추고, 카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공동관리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본다면 보다 개성 넘치는 개인 카페가 대구에 많아질 수 있을 듯 싶다.

협동의 관점에서 ‘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은 보다 특별하다. 판로개척과 시장확대는 모든 기업의 숙제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같이 추구하는 사회적경제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17년 9월, 50여개의 사회적경제기업이 종합유통채널 구축을 목표로 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한 이후, 지난 1년반 치열하게 부딪히며 어디든 뛰어다녔다. 현장에서 무한상사의 역할은 빛났다. 특히 혁신도시에 있는 공공구매우선제도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에 적극 대응해 12여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에는 그 역할을 확대해 집단 구매를 희망하는 조직을 대상으로 폐쇄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기업 전문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고, 유통 단계의 비용을 낮추기 위한 물류공간을 확보하는 일을 시작했다.

‘이타적 인간의 출현’을 쓴 최정규 교수는 인간이 다른 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로 협력을 꼽는다. 당장의 이익만으로 행동했다면 이기적이고 경쟁력있는 개인들만 남았을 터인데, 우리의 역사는 오히려 모두의 이익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한 집단이 오래 살아남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기업의 5년 생존율이 27% 정도밖에 안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협동은 필수다.

협동은 ‘치러지는’ 행사가 아닌 ‘생존방식’이어야 한다. 조바심내지 말고, 안팎으로 협동의 내실화를 꾸준히 기해야 한다. 서러운 일도 즐거운 일도 같이하면서 협동의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지 않도록 ‘절차’도 챙기고, 성취가 골고루 나눠질 수 있도록 ‘시스템’도 잘 살펴야 한다. 그 수고로움을 알기에 10년의 세월을 협동을 지향하고 분투해 온 농부장터에 박수를 보낸다.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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