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 혁신은 습관 실천부터

  • 최소영
  • |
  • 입력 2019-04-29 07:48  |  수정 2019-04-29 07:48  |  발행일 2019-04-29 제18면
“익숙함에 빠져들면, 천천히 끓는 물 속 개구리 된다”
편리함 탓 기존 방식 답습 ‘매너리즘’
변화 미리 대응 못하면 위험에 빠져
태도·사고방식 함께 바뀌어야 발전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 혁신은 습관 실천부터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매년 3월에 시작되는 새 학년 새 학기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새로운 기대와 다짐의 시기입니다. 저 역시 새 학기를 맞으며 ‘이번에 만날 학생들은 어떤 성향을 가졌을까?’ ‘○○을 중점적으로 지도해야지’ ‘△△방식을 수업에 활용하면 어떨까’ 등 나름대로의 교육철학이 담긴 새로운 교육계획을 구상하며 준비하고 이것저것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다짐하면서 학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게끔 학생주도의 자율적인 교실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학생들이 직접 학급 규칙을 정해 실천하도록 하고, 학습활동 중에도 정해진 답을 요구하기보다 참신하고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몇 주일이 지나자 정해진 교과진도에 대한 부담감이 밀려오고 학생들 사이의 불협화음이 들리는가 하면 소란스러운 실내 생활 모습들이 나타나 저도 모르게 전처럼 교사주도의 교실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급변하는 사회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교육 방식 또한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변화된 방식을 정착시키고 지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어 자꾸 편하고 쉬운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던 학생들도 학기 초의 다짐과는 달리 이전에 해왔던 자신만의 생활 방식과 태도에 다시 젖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학생들 모두 ‘매너리즘’에 빠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매너리즘은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언젠가 EBS에서 매너리즘이 위험한 이유를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라는 개념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을 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끓는 물에 던져진 개구리는 놀라서 바로 튀어나오지만, 개구리를 찬물에 넣고 천천히 데우면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편안함에 빠져 자신이 익어가는 줄도 모른 채 서서히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미리 하지 못하면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지요.

다소 끔찍한 비유이긴 하지만 서서히 삶아진 개구리의 모습은 마치, 교육의 효과는 당장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자칫 틀에 박힌 태도를 취하다 위험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는 교육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사회와 경제 전반, 그리고 환경의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과 관련하여 생각해 봅시다. 지구를 둘러싼 자연 환경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의 재화이므로 우리 인간은 이를 다함께 즐기며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을 잘 보전하는 일에는 어떠한가요? 사람들은 더 발전된 상품을 만들어내고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또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을 남용하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일을 서슴지 않습니다. 이렇게 발전과 편의를 위한 환경파괴를 반복하면서 지구의 환경은 점점 병들고 이로 인한 문제들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태평양 한가운데에 우리나라 면적의 15배가 넘는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존재하며, 유독 물질을 흡수한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물의 몸을 거쳐 먹이 사슬 끝에 인간의 체내로 옮겨온다는 사실 등이지요.

물론 이제는 전 세계가 심각성을 깨닫고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고 있으며 개개인의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환경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다가도 내 주변의 이익과 편리함 때문에 이를 곧 남의 일처럼 넘겨버리는 ‘환경 매너리즘’에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삶은 개구리 증후군’ 이야기 속 개구리처럼 문득 지구가 그리고 우리 인간이 삶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변화에 순응하기 위해 교육, 문화, 예술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문명의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적인 변화만으로 진정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사고방식과 태도 또한 함께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익숙하고 편안한 이전의 교육방식이나 생활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데워지고 있는 물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당장 치명적이지 않다고 해서 변화하는 사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자명합니다. 사고와 태도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위험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오래되어 굳어버린 우리 안의 틀을 깨고 다시 새롭게! 변화와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오늘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임기숙<대구범어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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