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일 단식' 콜텍 노동자 임재춘씨 "'명품기타' 다시 만들 것"

  • 입력 2019-04-22 20:12  |  수정 2019-04-22 20:12  |  발행일 2019-04-22 제1면
13년 만에 복직 타결…"가족과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싶어"
단식 해제 후 첫 끼로 미음…"더 이상 나 같은 단식 없었으면"

 "기타를 만드는 회사와 13년 동안 싸우면서 조금 질려버리긴 했어도, 여전히 제 꿈은 '명품기타'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제 그 꿈을 다시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회사에 정리해고 사과와 복직 등을 요구하며 서울 강서구 등촌동 콜텍 본사 앞에서 42일째 단식농성을 해온 콜텍 해고노동자 임재춘(57) 콜텍지회 조합원은 22일 13년 만의 '복직 잠정 합의' 소식을 전해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


 임 조합원은 "2007년 시작한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과연 이번 생에 다시 기타를만들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며 "하루빨리 동료들과 회사에 돌아가 명품기타를 다시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임 조합원은 "13년 동안 복직 투쟁을 하면서 가족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며"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따뜻한 밥 한 끼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7년 정리해고 이후 13년째 복직 투쟁 중인 임 조합원은 박영호 콜텍 사장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며 지난달 12일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물과 죽염, 감잎차, 효소만으로 42일을 버틴 임 조합원은 단식 전보다 체중이 10㎏이 줄어 현재 47㎏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조합원은 "쉽지 않은 투쟁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이렇게 길어질지는 상상도 못 했다"며 "13년 동안 길거리에서 농성할 줄 알았으면 아무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힘겹게 웃었다.


 임 조합원은 "동료들 50여명이 복직 투쟁을 시작했는데, 지금 농성장에는 3명만남았다"며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동료들이 한명씩 떠날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가장 힘들었던 때를 묻자 임 조합원은 항소심에서 승소했던 정리해고 무효소송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기 상고심에서 뒤집혔던 2012년을 꼽았다.


 임 조합원은 "그때는 모든 걸 포기해버리고 집에 돌아가 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면서도 "하지만 농성장을 찾아와주신 스님과 신부님, 수녀님들과 시민들의 위로와 격려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조합원은 노사 잠정 합의에 따라 이날 단식을 해제했다.


 임 조합원은 동료 해고노동자인 이인근 지회장과 김경봉 조합원이 교섭을 마치고 농성장에 돌아오자 42일 만의 첫 끼로 미음을 먹었다.


두 동료는 힘겹게 미음을 먹는 임 조합원 옆에서 눈물을 흘렸다.


 임 조합원은 '노사 잠정합의안'을 들어 보이며 "이 종이 한 장을 받으려고 지난13년 동안 싸웠다"며 "그동안 힘써준 시민들과 교섭단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직접 움직여야 사회가 조금이나마 바뀐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같다"며 "돈보다 사람이 더 소중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저를 마지막으로 더는 노동자들이 곡기를 끊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임 조합원은 23일 노사 합의안 조인식 이후 병원에 입원해 몸과 마음을 추스를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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