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문재인정부에 없는 것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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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2   |  발행일 2019-04-22 제31면   |  수정 2019-04-22
[월요칼럼] 문재인정부에 없는 것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40%대 박스권에 갇혔다. 임기 초 80%를 떠받치던 지지층은 다 어디로 갔나 싶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2년의 궤적을 돌아보니 지지율 하락이 괜한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정권의 성공을 견인할 동력도 가치관도 정책능력도 다 부족하니 말이다.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우선 ‘탕평’이 없다. 문재인정부 인사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와 호남 편중으로 요약된다. 대구경북이 경도된 인사의 직격탄을 맞았다. 청와대 참모나 장차관급 고위직에서 대구경북 출신은 가뭄에 콩 나듯 귀하디 귀한 존재가 됐다. 2기 내각의 신임 장관 리스트에도 대구경북은 ‘왕따’였다. 왜일까. 대구경북 출신은 대체로 문재인정부와 코드가 잘 맞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걸 ‘코드의 불협화음’이라 해야 하나. 문 정부의 잇단 인사 실패도 코드가 화근이었다. 코드에만 치중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능력과 도덕성은 살펴볼 겨를이 없어진 거다.

‘시장’이 없고 ‘현장감각’도 부족하다. 문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소득층 소득이 늘어나고 소비가 증가해 일자리까지 늘어나는 선순환을 기대했다. 하지만 너무 평면적 판단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의 수익과 고용에 미치는 파장 등 입체적 분석이 필요했다. 실제로도 정책 의도와 반대의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나. 경제현장의 복잡다단한 시스템과 변화무쌍한 시장의 자율기능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이론은 현세에도 유효하다. 어설픈 정책을 펼칠 거면 차라리 시장에 맡기는 게 낫다. 무위(無爲)와 방관도 때로는 전략이다. 역사적으로 현실과 현장을 도외시한 경제정책이 성공을 거둔 사례는 없다. 특히 20대는 실용주의 성향이 강하다. 문 정부의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20대의 지지율 하락을 촉발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완급조절’이 없다. 북미 간 하노이 빅딜 불발의 후유증은 결코 가볍지 않다. 새로운 대화 동력을 얻으려면 냉각기와 시간이 필요하다. 한데 문재인정부 특유의 조급증이 또 발동하면서 외려 체면만 구겼다. 미국에선 제재 완화를 거부당했고 김정은에겐 오지랖 넓다는 핀잔까지 들었다. 쌈박한 중재 카드나 한반도 운전자 노릇을 할 역량도 없으면서 자꾸 들이대는 모습은 보기 딱하다. 고단수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 3차 북미회담을 기대한다면서도 “빨리 갈 필요는 없다”며 살짝 뜸을 들였다. 완급조절을 통해 회담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소통’ 역시 문 정부엔 없는 단어다. 겉으론 소통을 외쳤지만 기실은 일방통행이었다.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들과도 일찌감치 소통했다면 최저임금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탈원전 정책의 궤도 수정이나 속도조절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건설 재개 역시 힘이 실렸을 개연성이 크다. 야당과도 불통전선이 가로놓여 있고 협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한의학엔 통즉불통(通卽不痛), 통즉불통(痛卽不通)이란 말이 있다. 기혈이 잘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의미다. 한데 지금은 통즉불통(痛卽不通)의 형국이다.

‘실천’도 보이지 않는다. 혁신성장 및 규제개혁, 미세먼지 개선 약속 또한 구두선(口頭禪)에 그쳤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성장’ 29회, ‘혁신’을 50번이나 언급했지만 소득주도 성장 기조엔 한 치의 변화도 없었다.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란 지적엔 오불관언이다. 미세먼지 저감책도 답보상태다. 경유차를 줄여야 하는데도 표심을 잃을까봐 경유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뿐 액션이 없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문재인정부는 눈은 높은데 능력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문재인정부에 딱 어울리는 고사성어는 장자에 나오는 급심경단(汲深短)이다. 깊은 우물물을 긷기에는 두레박줄이 짧다는 의미로, 능력이 모자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모식에서 “참여정부는 이상은 높았지만 힘이 부족해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데 문재인정부에서도 자꾸 ‘노무현정부 시즌2’가 어른거리니 이를 어찌할꼬.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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