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판문점 선언’ 1주년에 즈음하여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9-04-22   |  발행일 2019-04-22 제30면   |  수정 2019-04-22
반세기의 불신과 적대관계
1년만에 바뀌기는 쉽지않아
하지만 과거 회귀하는 것은
남북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
1년전 기억하며 평화노력을
[아침을 열며] ‘판문점 선언’ 1주년에 즈음하여
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북한학 박사

4월 한 달은 북한에 있어 중요한 국내 정치행사들이 많았다. 11일은 김정은이 ‘조선로동당 제1비서’로 추대된 지 7주년이 되는 날이며, 13일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7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가장 큰 국경일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이 15일이었다. 특히 올해는 우리의 국회 역할을 하는 ‘최고인민회의’ 제4기 대의원 선거가 지난 10일 실시되었고, 제1차 회의가 11일부터 이틀간 열렸다. 북한 헌법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는 임기 5년의 최고주권기관으로 입법권, 대내외 정책 수립권, 국무위원회·내각·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회·부문위원회) 등 국가기관 주요 직책 선출·임명권, 예산 심의·승인권 등을 행사한다.

김정은은 이러한 중요한 국내 정치행사가 있는 4월에 앞서 지난 2월 말 하노이에서 미국과의 중요한 합의를 성사시키고, 그 결과를 4월 한 달 동안 발표하며 북한의 새로운 전환을 대내적으로 설명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이는 1990년 김일성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한 이후 29년 만에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였고, 그 연설에서 2차 북미회담의 결렬에 대한 아쉬움과 실망감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대해 국내 일부 언론들은 김정은이 미국과 우리정부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표현했다며, 북한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로 전환할 것에 대해 우려했다.

하지만 1만8천여 자, 50여 분가량의 시정연설 주요 내용은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당연히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인 만큼 북한이 당면한 국내 문제, 특히 자력갱생과 경제발전 문제에 대한 내용이 연설의 60% 이상 차지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국제제재 해제라는 결실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지속될 것에 대비한 ‘자주의 혁명노선’과 ‘경제적 자립’에 대한 내용이 사회·경제 각 분야에서 강조되었다. 경제적 자립노선의 핵심은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인민경제의 현대화, 정보화를 적극적으로 실현하여 나라의 경제를 지식경제로 확고히 전환’시켜야 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계제작공업, 전자공업, 정보산업, 나노산업, 생물산업 등 첨단기술산업의 발전에 집중투자 해야 하며, ‘과학기술과 생산의 일체화’ ‘생산공정의 자동화, 지능화, 무인화’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미국과 우리정부에 대한 메시지는 2월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의 ‘실현불가능한’ 요구로 합의에 실패한 것에 대한 실망감과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이행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우리정부에 대한 비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언급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남조선당국과 손잡고 북남관계를 지속적이며 공고한 화해협력관계로 전환시키고 온 겨레가 한결같이 소원하는 대로 평화롭고 공동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나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둡니다”라고 전제하였으며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앞으로도 민족의 지향과 염원을 숭엄히 새기고 북남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나라의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계속 진지하고 인내성있는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대외적인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최고인민회의를 통한 대내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비록 미국이 원하는 방법론은 아니지만, 이번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변화의 길을 선택했음을 대내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이번 주 토요일(27일)이면 ‘한반도 평화의 봄’이 시작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반세기가 넘는 기간의 불신과 적대관계가 1년 만에 바뀌긴 쉽지 않다. 하지만 다시금 과거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우리 국민도 북한 주민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작년 판문점에서 시작되었던 ‘한반도 평화의 봄’의 설렘을 기억하며,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북한학 박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