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박근혜 석방 논란에 계산기 두드리는 여야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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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2   |  발행일 2019-04-22 제30면   |  수정 2019-04-22
건강 등으로 형집행정지신청
野는 석방 공론화, 與는 불가
총선앞 정치공학적접근 측면
석방시점따라 이해득실 달라
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송국건정치칼럼] 박근혜 석방 논란에 계산기 두드리는 여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목과 허리 디스크로 칼로 베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정상적인 수면을 하지 못할 정도의 통증이다. 구치소 내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서울중앙지검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또 이미 사법처리됐던 전직 대통령(전두환·노태우)과 비교해도 유독 가혹하고, 국론분열을 막아 국민통합을 해야 하며, 사법적 책임은 모든 재판이 완료된 이후 국민의 뜻에 따라 물으면 된다는 등 정권 차원의 ‘정무적 판단’을 구하는 형식으로 여론에도 호소했다. 이에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석방’ 공론화를 시도했다. 황교안 대표가 직접 나서 “여성의 몸으로 오랫동안 구금 생활을 하고 계신다. 아프고 여성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계신 것을 감안해 국민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석방을 촉구했다.

그러자 서울중앙지검이 법절차에 따른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를 구성하기도 전에 더불어민주당에서 “절대 안 된다”며 당 차원의 가림막을 쳤다. 변호사이자 당 지도부에 속하는 박주민 최고위원이 ‘4대 불가론’을 제기하며 앞장섰다. 신청인이 구치소 의료진이어야 하고, 신청사유를 납득할 수 없으며, 석방 시 재판진행이 곤란해질뿐더러, 국민법감정에도 맞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여당 지도부의 이런 입장은 검찰에 ‘석방하지 말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거나 다름없다. 형집행정지의 칼자루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쥐고 있다. 윤 지검장이 심의위 위원들을 임명하고, 심의위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형집행정지를 의결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여 석방할지를 최종 결정한다. 윤 지검장은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정권과 갈등을 빚어 좌천됐던 인물이다. 이후 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다가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다. 전후 사정을 감안해 형집행정지가 안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자 정가에선 다시 ‘특별사면’ 얘기를 꺼내며 ‘박근혜 석방’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그런데 여권이고, 야권이고 정치인들의 말을 새겨듣거나 쏟아지는 논평들의 행간을 읽어보면 그들이 과연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거나, 혹은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해 석방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실제로 여야 인사들을 사석에서 만나봐도 건강이나 국민감정은 가볍게 언급하고 주로 정치공학적 계산에 의한 득실을 얘기한다. ‘박근혜 석방’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어떤 효과를 낼지 계산기를 두드리며 전략을 짜고 있다는 말이다. 그들은 형집행정지든 특사든 내년 4·15 총선을 꼭짓점에 두고 박 전 대통령을 구치소 밖으로 일찍 내보내면 야당이, 늦게 내보내면 여당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총선 직전에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하면 여권은 ‘국민통합’ 이미지를 활용, 중도층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 반면, 보수정치세력들 사이에 ‘탄핵 책임론’이 다시 불거져 재분열되는 뇌관이 될 게 분명하다. 더구나 자유한국당의 공천 윤곽이 잡히는 시점이라면 공천탈락자들을 중심으로 ‘박근혜당’ 창당이 시도될지도 모른다. 총선이 임박해질수록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메시지를 낼지 여부와 상관없이 정치권은 박근혜정부의 비극을 선거판에 활용한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박 전 대통령이 좀 일찍 세상 밖으로 나오면 보수의 분열은 좀 덜 하고, 총선 때까지 추스를 기간도 생긴다. 석방 시점의 선택권은 전적으로 정권의 몫이다. 여권에서 누군가는 지금 계산기를 두드릴 것이고, 그 결과는 정권운영자에겐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정치적으로 이용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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