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득, 33개월 조현병 치료 중단해도 ‘아무도 몰랐다’

  • 입력 2019-04-22 00:00  |  수정 2019-04-22
당시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없어
정보 등 지역보건소로 통보 안돼
그 사이 8차례 위험징후도 방치

아파트 방화·살인범인 안인득(42)은 범행 전 33개월간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타인에게 해를 가한 적이 있는 폭력 성향의 정신질환자를 추적 관리할 수 있도록 보건당국과 경찰 등이 관련 체계를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등에 따르면 현주건조물방화·살인 등 혐의를 받는 안인득은 2011년 1월께부터 2016년 7월께까지 진주 한 정신병원에서 상세 불명의 조현병으로 68차례 치료를 받았다.

2010년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며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해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보호관찰을 명령받은 이후 치료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안인득은 당시 재판 때는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진단을 받은 바 있다. 경찰이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영장을 발부받아 진료 기록을 확인한 결과 안인득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2016년 8월부터는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에게 해를 가한 전력이 있는데도, 그 이후 안인득은 관계당국의 어떤 추적 관리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당시에는 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 체계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안인득의 정신질환 정보 등이 지역사회 보건소(정신건강복지센터)로 통보되지 못했고, 안인득은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다.

실제 안인득이 했거나 한 것으로 추정되는 난동과 폭력 탓에 최소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112 신고가 8차례 이뤄진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범행 직전인 지난달에는 신고가 5차례나 집중됐다. 해당 기간 안인득은 이웃집에 간장을 뿌리거나 불법 주차 문제로 술집에서 타인을 둔기로 위협하며 폭행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그간 수차례 출동했지만 “정신병력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과 권한이 없다"는 등 이유로 안인득의 정신질환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주민들은 “안인득은 평소에도 정신질환을 앓는 것처럼 이상 행동을 보였다"거나 “출동한 경찰은 도저히 대화가 안된다며 그냥 돌아갔다”며 경찰의 소극적 대응을 질타했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등이 발행한 ‘정신과적 응급상황에서의 현장대응 안내 2.0’ 매뉴얼을 볼 때 경찰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경찰이 참사를 미리 막을 수는 없었는가 등 돌이켜 봐야할 많은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해당 매뉴얼은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출동한 경찰관이 정신건강위기 상담전화를 통해 상황을 알리도록 하고 있지만 이런 조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안인득 사건에 관한 한 사후약방문이 됐지만, 치료를 중단한 조현병 환자의 잇단 범죄로 사회적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지난 5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공포 6개월 뒤부터 시행될 개정안(외래치료지원은 공포 1년 뒤부터)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타인 위협 행동으로 입원한 자가 퇴원할 때 그 사실을 사전에 환자에게 알리고 정신건강복지센터장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정신의료기관장이 치료 중단 환자를 발견하면 시군구청장을 통해 외래치료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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