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연구는 가장 인간다운 과학”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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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0   |  발행일 2019-04-20 제16면   |  수정 2019-04-20
크레이지 호르몬
“호르몬 연구는 가장 인간다운 과학”
랜디 허터 엡스타인 지음/ 양병찬 옮김/ 동녘사이언스/ 452쪽/ 1만9천800원

호르몬이라는 용어는 1905년에 처음 사용됐다. 영국의 의사인 어니스트 스탈링이 명명했다. 그는 “호르몬이란 ‘흥분시키다’ 또는 ‘자극하다’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호르마오에서 유래한다”고 했다. 호르몬의 역사가 100년 남짓 되는 셈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100여년인 호르몬 역사가 파란만장하단 것을 알 수 있다. 돌팔이짓과 광기가 눈에 띈다. 1920년 정관수술이 크게 유행했는데, 의사들이 주도한 것으로 나온다. 의사들은 피임이 아니라 회춘할 수 있다며 정관수술을 했다. 실소를 하게 하는 역사다. 저자는 “호르몬과 관련된 ‘크레이지한’ 연구와 실험은 많은 희생자를 낳았지만, 의사와 과학자들의 광기 덕분에 호르몬의 미스터리가 밝혀지고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저자는 호르몬을 가장 광범위한 과학이자, 가장 인간다운 과학이라고 말한다. ‘살며, 호흡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존재의 비밀’이라는 것이다. 사실 호르몬은 사춘기, 신진대사, 행동, 기분 변화, 섹스 등 인간의 모든 것을 통제한다.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을 발견한 제프리 프리드먼은 “우리는 ‘뭔가를 마음대로 조절하며 살고 싶다’는 헛된 욕망을 품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간의 행동과 충동을 조절하는 것은 호르몬이고 식욕, 성욕, 수면욕 등을 충족하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 충동 밑바탕에 호르몬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성장호르몬, 킬러호르몬, 사랑과 신뢰의 호르몬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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