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참정권도 보장 못 받는 장애인들, 사실상 사회서 격리돼”

  •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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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0 07:50  |  수정 2019-04-20 07:50  |  발행일 2019-04-20 제10면
■ 오늘 장애인의 날
최저임금 적용 안되는 경우 많아
月 평균임금 일반인보다 72만원↓
투표소 입장·용지 구분도 어려워
“노동권·참정권도 보장 못 받는 장애인들, 사실상 사회서 격리돼”
‘함께하는 삶 온전히 누리다’라는 슬로건으로 19일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린 ‘제39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 및 축제한마당’에서 한 참석자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대우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전국에 발달장애인이 23만명에 달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기본적인 노동권과 참정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이런저런 사정을 들어 장애인들의 고된 처지를 외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를 거듭해도 장애인 지원 정책이 제자리에 머무는 문제는 사회적 비극을 낳기도 했다.

지난해 60대 여성 A씨가 자폐 판정을 받은 아들을 40여년간 돌봐오다 절망감에 사로잡혀 아들을 살해한 사건이 사례로 꼽힌다. 법원은 이번 사건의 책임이 A씨에게만 있다고 보지 않았다. A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면서 정부의 장애인 지원이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양형 사유로 들었다. 이런 비극적 사건은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산물이기도 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성을 키우고 이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된다.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출범한 시민단체인 ‘한국피플퍼스트’는 19일 “국가가 장애인 돌봄의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지 말고 발달장애인을 돌볼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해 부모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노동권과 참정권을 발달장애인도 누릴 수 있도록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들은 일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보장받는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법 제7조가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발행한 ‘2018 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임금 근로자의 3개월 평균 임금은 183만원에 불과하다. 전체 임금 근로자의 3개월 평균 임금인 255만원과 비교하면 72만원가량이 낮다. 장애인 임시 근로자 3개월 평균 임금은 102만원, 장애인 일용근로자 3개월 평균 임금은 133만원으로 조사됐다. 장애인들이 일하고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면 일을 하려는 장애인들이 줄어들고, 그만큼 장애인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한국피플퍼스트는 장애인들이 쉽게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투표소로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발달장애인들에게는 후보 이름이 표기된 투표용지 자체가 참정권 행사의 난관이 될 수 있다. 발달장애인들이 후보자를 구분해 쉽게 투표할 수 있도록 투표용지에 사진, 그림, 색깔이 들어간 정당의 로고 등이 있어야 한다고 장애인 단체들은 요구했다. 또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선거 공보물 제작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피플퍼스트 김수원 활동가는 “장애인들도 다른 사람과 같이 사회 속에서 어울려 살아야 한다"며 “일도, 투표도 하기 어렵게 만드는 제도가 사회에서 장애인을 격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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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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