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권·보조금 이중특혜” VS “독보적 문화콘텐츠 유치”

  • 최미애,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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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0 07:28  |  수정 2019-04-20 08:26  |  발행일 2019-04-20 제5면
대구간송미술관 건립 찬반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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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말 완공 예정인 대구간송미술관은 대구시립미술관 인근에 들어선다. 붉은선 안에 표시된 곳이 대구간송미술관 건립대상지. <대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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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13일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운영 계약식’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오른쪽)과 전인건 간송미술문화재단 사무국장이 계약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간송미술관 건립 논란에는 대구간송미술관을 지어주는 것이 간송미술문화재단에 대한 특혜라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지역 문화계와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도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을 둘러싼 논란을 살펴봤다.

■‘건립 반대’ 시민단체
400억 건립비에 年 50억 보조
개인 소유 미술품에 과한 지원
지역의 문화주권 침해할 우려

■‘간송과 계약’ 대구시
간송 문화자원 활용 새 모델
작품 영구 전시 위한‘고육책’
구매보다 미술관 건립 유리

■ 문화계 “의견 모아야”
대구미술인 2천명 건립 찬성
반대 의견 수용 이점 따져봐야
건립 자체 반대보다 계약상 문제

◆간송미술관에 운영권 주는 건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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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간송미술관에 상설전시되는 신윤복의 혜원전신첩(국보 제135호)에 포함된 쌍검대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국보 제72호), 김홍도의 황묘농접.(위쪽부터)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대구간송미술관 논란의 핵심은 운영권이다. 간송미술관 건립을 반대하는 측은 대구시가 미술관도 지어주고, 운영권도 주는 것은 지나친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채정균 대구문화예술혁신포럼 대표는 “지역문화주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간송 측이 미술관에 투자하는 것은 제로다. 단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소장품을 빌려주는 것이 전부다. 리스크가 없이 운영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구시의 입장은 다르다. 간송이 갖고 있는 콘텐츠를 대구시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박희준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장은 “공유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간송이 갖고 있는 독보적인 콘텐츠를 우리가 가지고 와 문화관광 사업으로 발전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간송의 독보적인 콘텐츠를 가지고 오는데, 우리가 운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대구시와 간송미술문화재단의 계약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8일 대구경실련은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대구시의 계약서를 공개하면서 “대구시가 시민 세금으로 미술관을 건립해 간송문화재단에 기증하고 운영비까지 영구 지원하기로 한 계약은 특혜”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이 공개한 계약서를 보면 ‘간송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대구간송미술관을 영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며, 상설전시에 따른 배타적 운영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되어 있다. 미술관에 대한 간송재단의 영속적 운영권을 인정하는 내용이다. 경실련은 “간송미술관의 의의와 위상을 고려할 때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은 괜찮지만 대구시가 재단과 맺은 계약은 특혜·불법계약”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간송미술관을 유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박희준 문화예술정책과장은 “간송재단의 작품을 영구적으로 전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공유재산법상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면서 운영할 것이다. 영구운영을 보장한 이유는 간송 측이 작품을 (다른 곳으로) 가지고 가면 우리가 불리하기 때문에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개인 소유물에 대한 과한 지원?

대구시가 지나치게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400억원에 달하는 건립비에 매년 50억원에 달하는 운영예산을 세금으로 지원한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개인 소유의 물품에 과한 지원이라는 지적이다.

채정균 대구문화예술혁신포럼 대표는 “대구의 돈이 중앙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1년에 50억원이면 10년이면 500억원이고, 20년이면 1천억원이 넘는다. 지나친 특혜”라고 주장했다. 과한 지원이 있음에도 간송 측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채 대표의 지적이다. 채 대표는 “소장품을 기증하지도 않고 단순 대여만 하면서 운영권까지 가져간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충분한 예산 검토에 따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박희준 문화예술정책과장은 “우리가 B/C(비용대비편익) 분석을 해보니 2가 넘었다. 그것은 우리가 소장품을 구입해서 대구미술관에 전시하는 것보다 건물을 짓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뜻이다. 특별전이 아니라 상설전시가 핵심이다. 그동안 간송에서 상설전시를 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소장품 논란에 대해서는 “간송은 소장품을 기증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역시 사야 할 이유도, 살 돈도 없다”고 했다.

대구경실련은 “대구시립미술관이 BTL(임대형 민간투자)사업으로 셋방살이를 하는 상황에서 간송에 대한 지원은 특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희준 문화예술정책과장은 “대구시립미술관과 상황이 다르다. 대구시립미술관은 800억원이 들었다. 그만큼 재정 확보가 어려워 민간 임대 사업으로 진행했다. 간송미술관의 경우 국비 160억원을 유치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BTL을 진행하게 되면 민간 수익 모델을 또 찾아야 한다. 하지만 총 400억원 중 국비가 160억원 확보된 만큼 시가 직접 건설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계 의견 모아야

대구간송미술관이 들어서면 지역의 관광 활성화 등에 도움이 되는 만큼 이제는 지역 문화계가 힘을 모을 때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지난해 12월 지역 미술인 2천여명이 소속된 대구미술협회는 공개적으로 찬성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점찬 대구미술협회장은 “20만명당 1개의 미술관이 있어야 하는데, 대구는 250만 인구에 대구미술관 하나뿐이다. 전국의 도시들이 문화브랜드를 쌓기 위해 노력하는데, 간송미술관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중지를 모아서 간송미술관을 어떻게 운영하고, 시민들을 위해 어떤 것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지역 미술계 관계자는 “반대 의견도 대구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왔다고 보고 존중하지만 말을 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은 찬성한다. 간송미술관을 건립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예산을 지역의 다른 예산에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간송미술관 건립이 무산되면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 다만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대구에 어떤 이점이 있는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구간송미술관과 관련된 성명서를 낸 대구경실련도 간송미술관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간송미술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간송미술관은 명실상부한 대구의 미술관이 되어야 하는데, 계약서 내용은 그렇지 못하다. 계약서 내용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건립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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