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간 30주년 지역과 사람의 가치를 우선하겠습니다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9-04-19   |  발행일 2019-04-19 제27면   |  수정 2019-04-19

영남일보가 오늘 복간 30주년을 맞았습니다. 1989년 4월19일, 1980년 군부독재정권에 의해 강제 폐간당했던 영남일보가 9년만에 예사롭지 않게도 민주주의 의거일인 4·19를 기해 복간을 고한 지 어언 30년 성상(星霜)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올해 창간 74주년과 함께 맞는 복간 30주년은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영남일보 복간은 무엇보다 87년 민주화의 쾌거를 이룩한 위대한 시민들의 손에 의한 재탄생이라고 여겨야 마땅합니다. 나아가 87년 민주화 이후 태동한 자유 언론 속 하나의 신문이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와 영욕을 함께 해온 대표신문의 명맥을 면면하게 이어갈 독보(獨步)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긍지와 자존감은 영남일보 구성원의 역사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민의 유산이자 자산이기에, 영남일보는 귀한 지면을 할애하는 면구(面灸)함과 민망함을 무릅쓰고, 감히 복간 30주년을 지역민과 공유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복간 이전 영남일보는 1945년 광복을 맞은 지 채 두달이 지나기 전인 10월11일, 일본 제국주의의 요기(妖氣)를 걷어내기 위해 의기투합했던 지사(志士)들에 의해 지방 최초의 민족지로 고고지성(呱呱之聲)을 울리게 됐습니다. 해방둥이로서 당파와 알력을 초월한 ‘보도전사’가 되겠다던 창간정신은 6·25 민족상잔의 비극과 포연의 공포에도 굴하지 않고 소개령과 피란을 거부한 채, 당시 급박했던 전황(戰況)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하는 전국 유일의 언론, 전시 ‘언론의 임시정부’를 대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국 문단을 대표했던 구상(具常) 시인이 주필을 맡고 피란 온 전국 문학·예술인들이 종군기자를 자임해 전쟁의 참상을 알리며 희망의 불씨를 간단없이 살려냈습니다.

전쟁 와중에도 단 한번의 결간이 없었던 영남일보는 그러나 군부독재의 폭거 앞에 윤전기를 세우지 않을 수 없었고, 1980년 11월25일자 지령 1만1천499호(폐간호)는 ‘이제 절필의 시간이다’는 고별 사설을 통해, 서문로에 ‘자유의 소리’는 이제 더 이상 울지 않는다고 울었습니다. 그러나 강요된 침묵과 굴종으로 인한 단절은 있었을지언정 복간의 의지는 결코 꺾이지 않아 1989년 4월19일, 지령 1만1천500호를 낼 수 있었습니다. 복간 이후 영남일보는 본격 개막된 지방자치시대와 발맞춰 분권의 가치와 균형발전의 논리를 다각도로 설파하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영남일보는 지역의 이익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왔습니다. 창간 60주년 기념식에서 영남일보의 지향점을 ‘지역 밀착’으로 선언하고, 창간 70주년과 지령 2만호를 넘기면서 ‘사람과 지역의 가치를 생각합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지면의 상단에 새기며, 한결같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익 속에 지역의 가치를 앞세워 왔습니다. 수도권은 집중을 질주하는 반면 지방은 소멸의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신문 또한 SNS의 범람 등으로 인한 정체성 위기 속에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에 영남일보는 당면한 지역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지역신문으로서 역할과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복간 30주년을 맞은 오늘 영남일보는 복간 50주년, 창사 100주년을 새로이 준비하면서 적지 않은 아픔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았던 불굴의 과거를 돌아보고 지방화 시대 지방신문의 역할과 의무를 다시금 공고히 하며, 사람과 지역의 가치를 한 순간도 잊지 않고 지역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가는 향도가 될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립니다. 과거의 영욕을 자존의 발판으로 삼아 지방시대를 선도할 보도전사가 되겠다는 이 같은 다짐은 창간정신의 계승이자 공기(公器)로서 미래상의 제시일 겁니다. 지역민의 변함없는 격려와 성원에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