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로봇과 동반성장이 필요한 제조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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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9   |  발행일 2019-04-19 제26면   |  수정 2019-04-19
국내 로봇 자동화 세계 1위
보급은 車·전기전자에 편중
로봇 활용 미진 산업군 보조
글로벌 각축장서 특별 의미
일자리보다 경쟁력이 걱정
[경제와 세상] 로봇과 동반성장이 필요한 제조산업
전진우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정책기획실장

우리나라는 제조산업 강국 중 하나로 손꼽혀왔다. 자동차, 반도체, 조선, 가전 등의 분야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글로벌 넘버원 분야를 알게 모르게 점유한 나라다. 글로벌 가전시장 1위를 호령하던 일본 가전사들이 지금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전 지구적인 경제성장의 호황이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시장은 위축되기 시작했고,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역시 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조선산업이 그랬고, 최근엔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글로벌 경제 위축으로 인한 위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제조 강국들도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4.0’을 통해 자국 제조산업에 ICT를 융합시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 역시 ‘중국제조 2025’를 표방하고 주요 공정의 스마트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 역시 오바마 정부 시절 ‘첨단제조파트너십’을 통해 제조업 부흥의 기치를 내걸었고 자국기업의 국내 유턴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글로벌한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팩토리 확산 정책을 시행 중이다. 우리가 그간 강점으로 꼽아왔던 ICT기술을 제조공정에 융합하여 보다 영리하고 효율적인 생산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 기반은 사물인터넷(IoT)이 연결된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이다. 그러나 생산 전 과정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낭비 요소를 줄여 효율성을 높인다고 하지만, 결국 최종적 생산은 사람이나 기계가 해야 한다. 따라서 스마트팩토리가 효과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최종적 생산 단계에서 보다 쉽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달 22일 대구 소재 현대로보틱스에서 대통령의 지역 경제순방 행사가 있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대구시는 로봇산업발전방안을 보고하고, 대구를 로봇산업 선도도시로 육성할 것을 표방했다. 이날 보고된 방안에서 주목되는 것은 3대 제조업 중심의 제조로봇 확대 보급 전략이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전기전자 산업을 중심으로 로봇자동화가 상당히 고도화된 스마트생산 경험을 가진 세계 수위의 국가다. 2017년 기준으로 노동자 1만명당 로봇보급 대수(로봇밀도)가 710대로 세계 1위다. 전세계 평균이 85대인 것을 감안하면 제조분야에서 로봇을 상당히 잘 활용하는 국가인 셈이다. 그것도 수년째 1위를 수성 중이다.

그러나 전체 제조산업을 보면 로봇보급은 특정산업에 상당히 편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전체 보급대수 대비 전기전자가 51.8%, 자동차가 32%를 차지하나 식음료, 뿌리산업, 섬유 등의 산업은 합쳐도 5%가 채 되지 않는다. 실제 이들 산업을 들여다 보면 교통이 좋지 않은 곳에 있어 일손을 구하기 힘들거나 근로자의 노령화가 심화되는 등 실질적으로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 노력이 절실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해보고자 제시한 방안이 제조로봇 확대 보급 대책이다. 신산업인 로봇산업에는 새로운 시장의 판로를 마련해 주고, 경쟁력 제고가 절실한 국내 제조산업에는 생산성을 확보해주는 확실한 도구를 쥐어주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뿌리산업, 식음료산업, 섬유산업 등 로봇활용이 미진한 산업군을 대상으로 로봇산업진흥원의 보급사업을 통해 일손(로봇을 제3의 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이 필요한 현장에 로봇 도입비를 보조할 계획이다.

세계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시기에 제조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려는 글로벌 각축장에서 금번 지원방안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로봇산업 육성과 더불어 기존 제조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양 날개를 펼치겠다는 시도가 어떤 성과로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지금은 로봇이 일자리를 뺏는다는 생각보다는 경쟁에 밀린 기업이 사라져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더 걱정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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