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학의 문화읽기] 詩로 읽는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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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9   |  발행일 2019-04-19 제26면   |  수정 2019-04-19
버림 받은 조국의 어린 넋이
행악에 말 없이 견뎌온 백성
가슴가슴 터지는 분노·우레
피가 맺힌 역사의 깃발 위에
뜨거운 숨결 퍼덕이는 창천
[문무학의 문화읽기] 詩로 읽는 4·19
문학박사

오늘은 59주년 4·19혁명 기념일이다. 학생이 중심 세력이 되어 일으킨 민주주의 혁명으로 역사에 길이 남는 의거였다. 혁명의 직접적인 원인은 3·15 부정선거였지만, 1960년 4월19일 전국에서 학생들이 독재정권에 대항해 민주주의의 횃불을 높이 든 날이다. 2월28일 대구 학생의거가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퍼져나가 3월15일 마산 학생 의거를 거쳐 4월19일에 전국에서 화산처럼 폭발한 것이다. 2·28 의거가 4·19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경산 출신의 김윤식 시인은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이라는 시로 2·28 대구 학생 데모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설령 우리들 머리 위에서/ 먹장 같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다 쳐도/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은/ 앓고 있는 하늘/ 구름장 위에서/ 우리들의 태양이 작열하기 때문// 학자와 시인, 누구보다도 굳건해야 할/ 인간의 입들이 붓 끝들이/ 안이한 타협으로 그 심장이 멈춰지고 또는 얍사하니 관외에 둔주한 채/ 헤헤닥거리는 꼭두각시 춤으로 놀고 있는/ 이리도 악이 고웁게 화장된 거리에/ 창백한 고적으로 하여/ ‘참’이 오히려 곰팡이 피는데/ 그 흥겨울 ‘토끼 사냥’을/ 그 재미있을 ‘영화 구경’을 팽개치고// 보라, 스크렘의 행진!/ 의를 위하여 두려움이 없는 10대의 모습” (이하 생략)

둘째 연 끝 부분의 ‘토끼 사냥’과 ‘영화 구경’이란 것은 민주당 유세장에 가지 못하게 일요일에 등교시키는 명목을 가리키는 것이다. 일요일 등교를 지시하면서 어떤 학교는 ‘토끼 사냥’을 간다고 하고, 어떤 학교는 ‘영화 구경’을 간다고 했던 것이다. 또 어떤 학교는 시험을 치른다고도 했으니 이렇게 어이없는 일에 학생들은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구의 2·28 학생 의거는 다른 지역으로 들불처럼 번져갔다. 3월15일 마산 의거에서는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김주열군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시체를 마산 앞 바다에 버렸는데 27일 만인 4월11일 그 시체가 바다에 떠오른 것이다. 너무나 억울한 죽음이어서 경찰이 아무리 철저하게 한다 해도 숨길 수 없었던 것이다. 전국의 학생들이 이 분노를 어찌 참을 수 있었겠는가. 이 사건이 4·19 혁명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 사실을 청도 출신의 이영도 시조시인이 시조로 남겼다. ‘애가(哀歌)’ -고 김주열군에게- “눈에 포탄을 박고 머리는 맷자국에 찢겨/ 남루히 버림받은 조국의 어린 넋이/ 그 모습 슬픈 호소인양 겨레 앞에 보였도다.// 행악이 사직을 흔들어도 말없이 견뎌온 백성/ 가슴 가슴 터지는 분노 천둥하는 우레인데/ 돌아갈 하늘도 없는가 피도 푸른 목숨이여!// 너는 차라리 의(義) 제단에 앳된 속죄양/ 자국자국 피맺힌 역사의 깃발 위에/ 그 이름 뜨거운 숨결일레 퍼덕이는 창천(蒼天)에…” 참으로 제목처럼 슬픈 노래가 아닐 수 없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또 한 편의 시가 있다.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가 그것이다. 이 시는 4·19 희생자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가 생각하며 읽었으면 좋겠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멩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 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역사는 왜 이렇게 피로 점철되어야 하는지.가슴이 먹먹해 온다. 오늘은 진정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 젊은 영혼들을 생각해야 하는 날이다. 2·28 의거부터 3·15를 거쳐 4·19에 이르기까지의 시를 읽으며 시가 전하는 그 증언을 새겨야 한다.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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