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소통의 예술, 소통의 대구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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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8   |  발행일 2019-04-18 제31면   |  수정 2019-04-18
[영남타워] 소통의 예술, 소통의 대구

지난주 수창청춘맨숀에서 흥미로운 공연이 펼쳐졌다. ‘청춘! 아팝트’의 개막 공연이었다. 전자 첼로, 퓨전 가야금, 라이브 페인팅, 현대무용, 클래식이 혼합된 근사한 무대였다. 예술이 주는 감동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청년 예술가들의 열정은 관객을 압도했다. 단순한 열정이 아니다. 예술가들이 스스로 몰입함으로써 무대를 다른 세계로 만들었다.

‘꿈 같은 무대’가 끝나고 수창청춘맨숀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단다. 예산 부족으로 예술가들에게 지급하는 ‘아티스트 피’가 너무 적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청년 예술가들이 대충 공연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고 밝힐 정도였다. 수창청춘맨숀은 예술가들에게 최대한의 대가를 지불할 수 있도록 부족한 예산을 쥐어 짰다. 공연에 필요한 예산을 제외하곤 나머지 비용을 최소로 했다. 특히 손님맞이 예산을 줄이는 데 신경을 썼다. “궁하면 통하데요. 돈이 모자라니까 아이디어로 때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돈이 드는 의례적인 접대 대신 좌석에 이름표를 붙이는 방식으로 손님들에게 예의를 지켰다. 돈도 아꼈다. 수창청춘맨숀과 청년 예술가들은 서로를 이해했다. 소통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멋진 무대를 만들었다. 무언가를 바꿔보려는 의지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수창청춘맨숀의 가치를 높였다.

변화의 현장은 대구 예술계에 많다. 시민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작용한 결과이다. 수창청춘맨숀과 바로 붙은 대구예술발전소도 색다른 전시로 관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컨템퍼러리 아트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동시대를 고민하는 예술가들의 치열함이 돋보이는 전시다. 대구미술관에도 곧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3차 공모 끝에 새 관장이 임명됐다. 대구미술계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주목을 받고 있다. 관장 임명 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터라 더욱 그렇다. 신임 관장이 대구 미술계를 먼저 이해하고 배려했으면 좋겠다. 대구 미술계도 마음의 문을 열고 환영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런 과정이 대구 미술의 힘을 키우는 발판이 될 것으로 믿는다.

대구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한 예술의 도시다. 음악은 물론 미술, 무용 등 다른 장르도 전국적으로 알아준다. 올해 전국무용제가 대구에서 열리기도 한다. 예술의 힘은 사람에서 나온다. 사람과의 소통에서 비롯된다.

문득 ‘사람이 먼저다’가 떠오른다. 한때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문장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변화의 열망이 불었었다. 지금은 어떤가. ‘글쎄올시다’이다. 문재인정부가 말한 사람이 ‘모든 사람’이 아니라 ‘내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면서 변화의 엔진이 식은 느낌이다. 궁금하기도 하다. 만약 정권이 바뀐다면 어떨까. 정치권은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아마 여전할 것이다. 공격과 방어의 입장만 바뀔 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또다시 회자될 것이다. 서로를 향한 막말의 강도는 더 강해질 것이다. 지금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정치권의 저급한 문화가 대구 예술계에는 발을 붙이지 않기를 바란다. ‘내 편, 네 편’을 가리기보다 큰 틀에서 움직였으면 좋겠다. ‘사람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소통하는 문화가 퍼지기를 진정 바란다. 대구 미술인들이 주장하는 대구 미술인의 대구미술관장 취임도 그런 문화의 바탕에서 나올 수 있다. 권위를 내려놓으면 소통이 쉬워진다. 젊은이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꼰대’ 소리도 안 듣는다.

19~21일 봉산문화거리에서 봉산도자기축제가 열린다. 예술가와 시민이 소통하는 자리이다. 봉산문화회관을 비롯한 지역의 화랑에서 자유롭게 예술을 실천하는 작가들의 전시도 진행되고 있다. 예술과 사람을 통해 대구가 ‘재미있게’ 달라졌으면 좋겠다.

조진범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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