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제주 영리병원 개설허가 4개월여만에 ‘취소’

  • 입력 2019-04-18 07:41  |  수정 2019-04-18 07:41  |  발행일 2019-04-18 제12면
“내국인도 진료를” 개원 미뤄
의료인 이탈 사유도 설명 못해
향후 소송전·주민 반발 등 예상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제주 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 개설허가가 결국 취소됐다.

지난해 12월5일 ‘외국인 전용 조건부 개설허가’ 후 4개월여 만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7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녹지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 후 제출된 청문주재자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 조건부 개설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 도지사는 “조건부 개설허가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법에서 정한 3개월의 기한을 넘기고도 개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원을 위한 실질적 노력도 없었다"며 의료법 64조에 따라 개설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앞서 지난해 12월5일 ‘외국인에 한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조건을 달아 녹지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그러나 녹지병원이 현행 의료법상 개원 기한(3개월)인 지난달 4일까지 병원 운영을 시작하지 않자 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했다.

도는 지난달 26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실시했고, 청문주재자는 지난 12일 청문결과를 종합한 최종 의견서를 도에 제출했다.

청문주재자는 15개월의 허가 지연과 조건부 허가 불복 소송 제기 등의 사유가 3개월 내 개원 준비를 하지 못할 만큼 중대한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내국인 진료가 사업계획상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음에도 이를 이유로 개원하지 않았으며, 의료인 이탈 사유에 대해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했고, 당초 병원개설 허가에 필요한 인력을 모두 채용했다고 밝혔음에도 청문과정에서 의료진 채용을 증빙할 자료도 제출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원 도지사는 “지난해 12월 조건부 개설허가 이후 개원에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협의하자고 수차례 제안했지만 녹지측은 이를 거부하다가 기한이 임박해서야 개원 시한 연장을 요청해왔다"며 “실질적인 개원준비 노력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앞뒤 모순된 행위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설허가 취소 결정으로 인해 향후 소송전, 주민 반발 등 파장이 예상된다.

녹지병원 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는 지난 2월 조건부 개원 허가를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이번 개설허가 취소 결정 역시 부당하다며 또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

녹지측이 각종 행정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주민들의 반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은 “병원이 들어와 동네가 발전한다는 말에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을 헐값에 넘겼다"며 “그 사이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었고 병원이 취소가 되면 토지반환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한 앞서 개설허가를 반대한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조건부 개설허가를 했다가 다시 결정을 번복해 허가를 취소하는 등 오락가락한 결정에 대해 최종 결정권자인 원 도지사의 정치적 입지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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