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트르담 대성당 불…우리 문화재 안전엔 빈틈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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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7   |  발행일 2019-04-17 제31면   |  수정 2019-04-17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화재이자 인류유산인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15일(현지시각) 큰 불이 나 전 세계가 충격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대성당 아이콘인 96m 높이의 첨탑이 무너져 내렸고 목재 지붕이 소실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정면에 솟은 쌍탑과 서쪽 정면 등의 구조물은 불길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단 보수공사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에서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끔찍한 비극”이라며 “노트르담 대성당을 다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1163년 공사를 시작해 1345년 축성식을 가진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1804년 나폴레옹 대관식과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장례식 등 중세부터 현대까지 프랑스 역사가 숨 쉬는 곳이다. 빅토르 위고가 1831년 쓴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 무대로도 유명하다. 하루 평균 3만여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파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명소다. 유네스코는 노트르담과 주변지역의 이러한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199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한마디로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문화의 정수가 집약된 장소다. 그래서 불길에 휩싸인 대성당을 바라보는 프랑스 국민의 슬픔과 당혹감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더욱 안타깝고 참담한 것은 우리도 2008년 2월10일 국보 1호 숭례문이 화마(火魔)에 어이없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국민은 토지보상에 불만을 품은 한 노인의 어처구니없는 방화로 숭례문이 불타는 모습을 TV생중계를 통해 보면서 상실감과 허탈감에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5년3개월에 걸친 복원공사 끝에 2013년 복원은 했으나 그날의 충격은 트라우마로 남아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정부는 숭례문 참사가 발생한 2월10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지정하는 등 화재 예방에 노력하고는 있지만 언제 또다시 화마가 소중한 문화재를 덮칠지 안심할 수 없다.

아직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원인도 부주의가 빚은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숭례문 화재를 겪은 우리 문화재 당국이 다시 한 번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천년을 지켜온 문화재도 한순간의 방심이나 부주의로 잿더미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명심하고 소방시설 점검 등 안전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특히 화재에 취약한 목조 문화재는 한 번 소실되면 복원한다 해도 문화적 가치와 역사성은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철저한 방재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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