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권 변호사의 부동산 읽기] 누가 내 땅에 갖다 놓은 컨테이너, 임의로 치우면 법적책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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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7   |  발행일 2019-04-17 제18면   |  수정 2019-04-17
[김재권 변호사의 부동산 읽기] 누가 내 땅에 갖다 놓은 컨테이너, 임의로 치우면 법적책임 있나

누가 몰래 내 땅에 컨테이너를 놔 두었는데 아예 연락처가 없거나 연락해서 치우라고 해도 차일피일하면서 치워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땅 주인이 임의로 컨테이너를 다른 곳으로 치우거나 보관창고로 옮겨 보관시켰다면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그 외에도 공사업자가 못 받은 공사대금을 받기 위한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해 공사현장에 컨테이너를 갖다 놓았는데, 그 토지나 건물을 매수한 매수인이 임의로 즉 컨테이너 주인의 승낙없이 지게차나 포클레인을 동원해 컨테이너를 다른 곳으로 치워버려 공사업자가 매수인을 상대로 재물손괴죄나 절도죄, 업무방해죄 등으로 형사고소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이럴 때는 어떤 법적책임을 질까.

우선 절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 하는 죄로써 고의와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어야 하므로, 일시적으로 다른 곳에 옮겨놓는 정도로는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죄’인데, 컨테이너에 아무런 손상을 가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놓더라도 당장 찾을 때까지는 그 효용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에 죄가 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누가 내 회사 앞에 몰래 가져다 놓은 컨테이너를 임의로 보관창고로 옮긴 행위에 대해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판 2016도3369) 사례를 보자.

A씨는 누가 자신의 회사 건물 앞에 침대와 의자 등이 들어 있는 컨테이너를 몰래 가져다 놓은 것을 발견하고 컨테이너 소유자를 찾았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그래서 무단으로 인근에 있는 회사의 보관창고로 옮겨두었는데 뒤늦게 나타난 컨테이너 주인이 A씨를 재물손괴죄로 고소해서 1·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재물손괴죄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인데, 컨테이너와 그 안에 있던 물건에 물질적인 형태의 변경이나 멸실, 감손을 초래하지 않은 채 보관창고로 옮겨놓기만 했다면 컨테이너의 효용을 침해해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며 무죄로 보았다.

마지막으로 업무방해죄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죄인데, 유치권 행사방법으로서 점유하기 위해 가져다 놓은 컨테이너를 매수인이 함부로 이동시켰다면, 유치권 행사라는 업무를 위력으로 방해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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