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참전용사 후손 돕자” 아기옷 구입해 직원에 선물

  • 조경희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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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7   |  발행일 2019-04-17 제13면   |  수정 2019-04-17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원장
“에티오피아 참전인 가족 지원”
70대 내과전문의 취지에 공감
사비 들여 옷 100벌 주문 선물
“6·25참전용사 후손 돕자” 아기옷 구입해 직원에 선물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언어재활치료사로 근무 중인 장만순씨가 김봉옥 원장으로부터 아기 배냇저고리를 선물받고 기뻐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북구 학정동)에서 언어재활치료사로 근무 중인 장만순씨(34)는 지난달 25일 원장실을 찾았다가 감동의 탄성을 질렀다. 이 병원의 김봉옥 원장에게서 배냇저고리, 꽃수가 놓인 발싸개, 아이 싸개 등이 가지런히 들어있는 선물상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함께 들어 있는 카드에는 ‘에티오피아의 6·25전쟁 참전용사 후손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 위해 70대 여의사가 손수 바느질을 한 귀한 선물’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임신 8개월째인 장씨는 “직장 여성이 출산 휴가를 받는 게 불편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공식적으로 원장님으로부터 축하를 받으니 축복받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김 원장의 이날 선물은 70대 내과 전문의 김용진씨(여)가 직접 바느질한 옷이다. 김 원장은 우연히 김씨를 만나 바느질하는 사연을 듣고 감동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김씨는 요양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 외에 시간날 때마다 6·25전쟁 참전 에티오피아인의 후손을 돕기 위해 아기 옷을 만든다고 한다. 병원장 부임 후 직원에게 특별한 이벤트를 하고 싶었던 김 원장은 김씨 사연을 듣고 사비를 들여 한꺼번에 아기 옷 100개를 주문했고, 이를 임신한 병원 직원에게 그동안 선물해 왔던 것이다.

김 원장은 “김씨가 시장에 가서 직접 옷감을 떠 온다. 바느질을 할 땐 이 옷을 입는 아이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한다고 한다. 할머니가 태어날 손주를 위하는 마음이 녹아있는 듯하다”고 소개했다.

김 원장으로부터 배냇저고리를 선물받은 이 병원 근무자는 지금까지 15명에 이른다. 출산 휴가에 들어간 산모는 선물로 받은 배냇저고리를 아기에게 입힌 채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김 원장에게 보내오고 있다.

김 원장은 “아이 키우는 일이 제일 잘하는 일이다. 이 시기를 잘 넘기고 당당하고 멋있게 돌아오라”며 격려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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