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총선 D-1년, TK진보는 안녕한가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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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6   |  발행일 2019-04-16 제30면   |  수정 2019-04-16
2020총선 1년 앞에 다시
TK는 기울어진 운동장
嚴冬雪寒 온 줄 모르고
봄인양 착각하는 TK진보
지금의 안녕은 幻影일뿐
[화요진단] 총선 D-1년, TK진보는 안녕한가
이재윤 경북본사 총괄국장

혼돈의 정치다. 국민의 실망이 크다. 가치는 힘을 잃고 실리는 오간데 없다. 막말만 난무하고 품격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 유치함과 찌질함, 지루함에 지친다. 모든 혼돈은 한곳을 가리키고 있다. 2020년 4월15일. 오늘로 꼭 1년 뒤다. 21대 총선 날이다. 지난해 지방선거는 세미파이널 경기였다. 내년 총선이 진정 대한민국 보수와 진보 간 건곤일척의 진검 승부처다. 공은 이미 울렸다. 바야흐로 ‘민심(民心)의 시간’이 봄바람을 타고 쏜살처럼 다가오고 있다.

밑바닥 민심을 들여다보자. 대구경북에 국한해서다. 지역을 벗어나 전국적 분위기를 판단하기엔 이르다. 지역민심을 들여다보되 가치판단은 유보한다. 가치판단은 중요하지만 지루한 갑론을박으로 이어진다. 선민의식을 갖고 있는 진보에는 가치싸움의 유혹이 클 것이다. 선거 때마다 유효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과거의 일이다. 야당 때의 얘기다. TK진보가 이번 선거에서도 한가로이 가치싸움에 몰두할 요량이라면 포기하는 게 좋다. 가치조차 TK에선 올 들어서 보수 쪽으로 확연히 기울고 있다. 냉엄한 현실이다.

작금 밑바닥 TK보수의 활달성은 놀랍다. 2년전 ‘박근혜 탄핵’ 때와 전혀 다르다. 지리멸렬했던 모습에서 벗어났다. 민심의 바다에서 맘껏 유영한다. 특이한 것은 ‘자발성(自發性)’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다. 신념과 확신,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정치 현장, 조직과 관련없는 장삼이사(張三李四) 보수 씨알들이 그렇게 행동한다. 전사(戰士)처럼 말이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보수의 새 양태다. 주목되는 현상도 있다. 자발적 소모임의 확산이다. 도처에서 쉽게 확인된다. 당 외곽조직도 아니다. 권위주의 정권 아래 진보 소그룹이나 시민단체 활동을 연상시킨다. 유튜브 정보를 교환하고 SNS를 통해 외부로 적극 퍼 나른다. 동문회나 취미, 직업군, 종교별 단톡방도 이들의 활발한 무대다. 비정치적 단톡방이라 해도 거리낌없다. 오프라인에서의 의견 개진도 거침없다. 탄핵 정국 때 숨 죽여 바라보던 그 흔들리던 눈빛이 아니다. 지역 이슈가 있는 곳에는 적극적으로 단체를 만들어 목소리를 낸다. 이들을 이끄는 리딩그룹은 현실정치권의 ‘지도자’와 일치하지 않는다. 무엇이 TK보수를 이처럼 바꿔놓았을까.

명분, 돈, 조직은 승리의 3대 요소다. 2020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TK 밑바닥 민심은 보수 필승을 예고한다. 역대 여느 선거와 비교해도 그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TK보수는 이미 3대 필승요인을 거머쥔 상태다. ‘자발적’이란 게 가장 큰 무기다. 열정까지 더했다. 이들은 D-데이를 손꼽아 기다린다. ‘그때 본때 보여 주겠다’는 것이다. 간혹 뜻밖의 결기도 보인다. ‘TK보수가 나쁜 보수에 NO하면 보수가 바뀐다’면서다.

TK진보. TK보수에 대한 이 같은 장광설이 다소 과장과 필자의 협량한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어설픈 예단이라 비판해도 좋다. 그렇다면 총선 D-1년, TK진보는 안녕(安寧)한가. 안녕한 것 같다. 그 안녕이 탈이다. 위기 앞에 진보의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절박함이 생각을, 생각이 말과 행동을, 행동이 태도를, 태도가 운명을 결정한다. ‘Manners maketh man’(영화 킹스맨)이라 하지 않았던가. TK진보가 운명의 시계바늘을 되돌리려면 춥고 배고팠던 시절의 절박함을 되찾아야 한다. 그럴 시간이 돌아왔다. ‘20년 집권’은 기득권 진보의 꿈일 뿐이다. 밑바닥 TK진보는 또 다시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엄동설한에 갓 쓰고 때때옷 입고 따뜻한 구들목에 앉아 안녕을 도모할 순 없는 일이다. 지금의 안녕은 회칠(灰漆)한 환영일 뿐이다. 안락을 추구하는 자를 역사는 좋은 일에 쓰지 않는다.

보수를 칭찬하고자 함도, 진보를 비난하고자 함도 아니다. 총선 D-1년, 급변한 대구경북의 밑바닥 민심을 드러냈을 뿐이다. TK진보에는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의 새 각오가, TK보수에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이재윤 경북본사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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