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고등학교 무상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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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5   |  발행일 2019-04-15 제30면   |  수정 2019-04-15
분기별로 내야하는 등록금
저소득층에는 여전히 부담
무상화 1년에 2조원 필요
교육청 교부세 비율 인상 등
이른 시일내 방안 마련해야
20190415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경제학자

최근 정부는 고등학교 무상교육 계획을 발표했다. 올 하반기에 고3학생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만들고, 내년에는 고2까지, 그리고 후내년에는 고1까지 무상화함으로써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2021년에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원래 정부 계획을 1년 앞당기는 것으로 이것이 완성되면 비로소 우리나라도 OECD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현재 한국은 OECD 국가 중 고등학교 의무교육을 시행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다. 한국이 국제적으로 비교해서 교육에 가장 높은 비율의 예산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고등학교 의무교육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음은 뭔가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고등학교 등록금은 대학 등록금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가계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분기별로 내야 하는 등록금은 특히 저소득 가구에는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온다. 필자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을 회상해보면 집안 형편이 어려운 몇몇 학우는 분기별로 찾아오는 등록금 납부 시기가 되면 심한 심리적 압박을 받아 안색이 어두웠고, 담임 교사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결석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교사로부터 기합을 받거나 두들겨 맞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한창 자라나는 사춘기의 아이에게 이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며, 마음의 상처는 평생 남게 될 것이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이것은 대단히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도 고등학교 무상화는 바람직하다. 고등학교 교육을 무상화한다면 가계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일이 되고, 그 결과 가계의 지출 여력이 증가할 것이므로 교육 이외의 다른 품목에 대한 가계지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은 바로 다름아닌 소득주도성장의 일부를 구성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이처럼 중등교육의 무상화는 여러모로 바람직한 일이고 비록 만시지탄이지만 드디어 이것을 실현할 단계에 왔다는 것은 크게 자축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등학교 무상화는 올바른 정책이다. 문제는 어디서 재원을 마련하느냐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전면 무상화를 위해서는 1년에 약 2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번 정부 발표에 의하면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한다는 것인데, 교육감들은 그만한 큰 예산을 부담할 재정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고등학교 무상화라는 큰 목표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만 그 재원을 놓고 중앙과 지방이 일종의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현재 시·도 교육청이 쓰는 예산은 주로 내국세의 20% 남짓을 배분하는 교부세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서 1년에 1조원을 추가 갹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이른 시일 안에 교부세 비율의 인상을 포함하여 근본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와 관계되는 하나의 뉴스가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정부의 복권기금을 재원으로 해서 중고등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작년 기획재정부에서 김동연 장관의 결단에 힘입어 복권기금을 주요 재원으로 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고등학생에게 매달 30만원(중학생) 혹은 40만원(고등학생)의 학자금을 지급하는 꿈사다리 장학사업을 올해 시작한다. 올해는 시범적으로 44억원을 투입, 전국에서 1천500명의 중고등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만일 이 시범사업이 잘 되면 내년부터는 5천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국에 5천여개의 중고등학교가 있으므로 대략 한 학교에 한 명씩 가난하면서도 인성이 훌륭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미래의 인재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중고등학교는 장학금이 거의 없는 사각지대였다. 꿈사다리 장학사업은 사막의 오아시스, 혹은 마른 논에 물대는 역할을 할 것이다. 나라의 미래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저 소년들에게 달려 있으므로 고등학교 무상교육과 꿈사다리 장학사업은 나라의 초석을 놓는 일이다.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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