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대구 선량들은 왜 직시하지 않나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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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2   |  발행일 2019-04-12 제23면   |  수정 2019-04-12
20190412

통합대구공항 이전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어졌던 찬반 양론이 논란의 불씨를 갈수록 키워가고 있다. 사업비 추계와 연내 입지 확정 등 통합대구공항(이하 신공항) 이전 로드맵이 구체화되면 논란이 사그라들어야 정상인데 되레 찬반의 불길에 기름과 섶을 더하고 있으니 이는 분명 비정상이고, 어떤 식으로든 진화가 필요하다. 수면 아래 잠복해 있었거나 억눌렸지만 나름 내연하다가 언젠가는 터져야 했던 논의가 급박하게 공론화되는 모양새다. 신공항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백년지대계이기에,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정치(精緻)함은 전복의 위험을 줄일 필요조건이다.

신공항은 지역 언론의 핫 이슈다. 언론과 언론인들 사이 신공항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치열하고 뜨겁다. 고개 끄덕임은 숱하지만, 하나의 결론이 도출되진 않는다. 그만큼 복잡다단하단 말이다.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갈리기도 하지만 언론이 여기에 부화뇌동을 할 수는 없는 법. 신공항에 대한 영남일보의 스탠스, 즉 ‘입장과 논조는 어떠한가’라는 질문을 곧잘 받곤 한다. 내부적으로도 편집회의 등을 통해 가장 심도있게 논의를 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 결과 찬반 한 측에 치우치지 않고 여론과 팩트를 전달하면서 공론화에 충실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고, 그래서 영남일보 지면은 ‘공론의 장’으로 스스로 언명되기도 했다.

“6일자 영남일보 사설, ‘통합대구공항의 전제 조건’이 지금까지 신공항 관련 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이라서 박수를 보낸다.” 지난 7일 대구 언론 선배(홍종흠 전 매일신문 논설주간)의 메시지를 받고 나는 불감청고소원의 심정으로 대폿집에서 뵙기를 청했다. 묵묵부답하던 정부가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추인을 얻기 위해 뒤늦게 통합대구공항의 추진 일정을 밝힌 것은 부산과 집권 여당의 노림수가 분명하고, 그러한 정황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만한 권영진 시장이 주위의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고 앞뒤 재보지 않은 채 대구공항을 경북으로 직진시키는 것은, 자칫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대구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게 다소 격앙된, 막걸릿집 논의의 우려였다.

사설 ‘통합대구공항의 전제 조건’은 이전지 확정보다 훨씬 중요한 게 통합대구공항의 규모와 접근성이고, 미주·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가능케 할 3천500m 이상의 활주로 건설과 촘촘한 교통망 구축 등이 필수 전제조건들인데 대구시는 분위기에 고무된 채 이 같은 난제들을 극복할 청사진 제시에는 소홀하다고 주장했다. 사업비가 부족할 경우 국비 지원 요구조차 못하는 처지로는 대구가 재정부담을 옴팡 덮어써야 할 상황은 모면해야 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명분만 주면서 현재의 대구공항을 그대로 군위나 의성으로 옮겨놓는 최악의 시나리오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신공항의 미래가 이처럼 난마 같고 이를 단칼에 자를 쾌도는 없는데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건 지역, 특히 대구의 국회의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다. 자유한국당 곽대훈 대구시당위원장(대구 달서구갑)을 비롯한 일부가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대한 TK의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 이외에는 대부분 조속한 이전 추진 등 대구시장의 방침에 편승해 원론적인 입장을 표할 뿐 지역의 여론과 다양한 견해는 외면 일색이다.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기 싫은 속셈이야 짐작하고도 남지만 신공항처럼 민감한 사안일수록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요구할 건 요구하고 옵션도 제시해야 지역의 이익에 충실하는 게 아닌가.

언론 또한 마찬가지다. 홍 전 주간은 신중한 걸 나무랄 수는 없지만 응당 해야 할 말과 주장까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충고했다. 지역사를 써가야 할 의무를 등지면 큰 후회를 남기게 된다고도 했다. 바로 지척에 있는 경쟁 상대 공항은 안전에 두지 않고 왜 대구는 경북 신공항이 될지 모를 통합대구공항을 두고 김칫국부터 마시고 아전인수식 장밋빛 미래만 그리고 있나. 성공과 실패 여부 타진은 물론 절차적 정당성 확보도 중요하다. 늦었지만 신공항의 성공을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나마 공론화해 볼 일이다.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면 대구시도, 정치인도, 언론도 지역의 미래를 망친 죄인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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