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스토리 오브 스토리 .6] 무엇을 할 것인가, 5G 시대에 들어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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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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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은 보여도, 미래의 삶은 안 보인다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문학평론가>
며칠 전 5G 시대의 개막이 선언되었다. 5G의 통신 속도는 현재보다 20배나 빨라서 1기가바이트(GB) 영화 한 편을 다운받는 데 0.4초밖에 걸리지 않고, 자율주행자동차를 운행할 때 급제동 반응 속도가 50배나 빨라지며, 수많은 기기들의 ‘초연결’이 가능해져 스마트 시티나 스마트 팩토리의 실현이 가능해진다고 한다(조선비즈 2019년 4월4일).

이러한 미래 청사진의 ‘의미’는 무엇일까. 2016년에 주창된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에 중요한 진전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지만 이 기술이 우리들 자신과 삶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며 그 의미를 가늠해 보려 하면 망연해진다. 그나마 인문학자니까 이런 질문이라도 던지는 것이지만 인문학자 본연의 임무를 생각하면 무능력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어원상 ‘인문(人文)’은 ‘인문(人紋)’에 닿아 있어서 인문학이란 인간(人)의 무늬(紋) 곧 흔적을 살피는 일을 가리킨다. 우리가 어떠한 삶을 사는지 밝히고 성찰하는 것이 인문학의 과제다. 인문학의 과제라고 했지만 사실 이는 우리 모두의 일이다.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돌이켜보는 것은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삶’을 지양하고 ‘생각하며 사는 삶’을 지향한다면 누구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모두의 짐을 인문학자들이 나서서 덜어주어야 함은 분명하지만 우리 사회가 얼마나 오랫 동안 인문학을 ‘죽은 개’ 취급해 왔는지를 생각하면 그들만 탓할 수도 없다. 해서 인문학자의 무능력은 우리 사회 인문정신의 무능력이라고 고쳐 말해야 한다.

 통신기술 급성장에 인문정신 마비
 쏟아지는 콘텐츠, 수동적으로 흡수
 스마트폰 일상화로 생각의 힘 줄어

 어떻게 살아야할지 알 수 없는 상황
 과학기술과 인문정신의 융합 필요
“초등학생에 코딩 대신 토론교육을”


인문학자의 무능력, 인문정신의 무능력을 또렷이 보여 주는 주된 요인은 정보통신기술(ICT)의 급속한 발전이다. 그 의미를 헤아리는 일을 두고 우리를 망연하게 만드는 바로 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상황과 그에 따른 변화를 짚어 가면서,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한국에서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이고, 같은 시기에 세계적인 정보 소통 공간으로서 월드 와이드 웹(WWW)이 개발되었다. 휴대전화와 개인휴대단말기(PDA)를 결합한 스마트폰이 처음 개발된 것도 이때다. PC 통신 수준에 머물던 초기의 인터넷이 전화선을 벗어나 초고속 인터넷으로 자리잡은 것은 2000년을 목전에 둔 때였다. 아직 20년이 채 못 되는 시점이다. 스마트폰의 팽창은 더욱 가깝다. 아이폰(2009년)과 갤럭시(2010년) 이후, 그러니까 불과 10년 전에야 스마트폰이 세상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정보통신기술 발전의 역사는 불과 한 세대도 되지 않지만 그 사이에 벌어진 변화들은 엄청나다. 가정의 전화기가 무용지물에 가까워졌고, 타자기의 생산이 끊겼다. 손 편지 또한 급격히 줄었으며 전 세계 어디에 있든 서로 간에 실시간으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커뮤니케이션의 지형도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소통 도구 차원의 것이 아니다. 의사소통이란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활동이며 ‘미디어는 콘텐츠다’라는 마샬 맥루한의 명제가 보여 주듯이 미디어 자체가 내용을 규정하기 때문에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변화로 이어진다.

이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컴퓨터가 존재하는 장이 인터넷이며 이 컴퓨터를 손 안에 넣어 준 것이 스마트폰이라는 사실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일반인의 상상을 벗어난다. 인터넷은 언어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인터넷으로 인해 전통 사회에서 소수의 지식인 귀족 계급이 독점하던 문자 언어 활동이 대중 모두의 일상 행위로 바뀌었다. 개개인의 소소한 기록을 포함한 무한한 정보가 인터넷을 가득 채우는 양상은 문자가 해 오던 전통적인 역할, 즉 지식의 보전과 권력의 집중화 기능을 해체하는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다. 스마트폰은 어떠한가. 스마트폰을 통해 게임과 동영상, SNS의 세 가지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왔다. 이 모두 스마트폰 이전에도 있던 것이지만 특정 장소나 사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던 것이 언제 어디서나 행해지게 되었다는 새로운 특징을 갖는다. 이에 따라 양의 증대에 따른 질의 변화가 초래되고 여론에 대한 착각이 증대된다.

우리 국민의 90%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며 주 5일 이상 사용자 비율 또한 90%를 넘는다(문화일보 2019년 2월3일). 이러한 상황은 관련 기술의 변화를 촉진하고 스마트폰의 활용 범위를 일상 전체로 확대하였다. 스마트폰은 그 사용자를 하루 종일 일 년 열두 달 내내 인터넷 속에서 살아가게 한다. 여기서 우리가 접하는 것은 무엇인가. 구글과 네이버 등이 쏟아 내는 정보의 홍수,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이 펼쳐 놓는 새로운 시청각적 가상의 세계, 페이스북과 트위터, 카톡 같은 SNS가 제공하는 ‘글로벌해 보이지만 사실은 폐쇄된’ 새로운 소통의 장 등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이러한 콘텐츠를 소비할 때 우리는 빠른 호흡의 무사고 상태에 빠져든다. 짤막한 영상 하나를 보거나 SNS에 올라온 글 한 편을 볼 때에는 생각하고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서핑을 통해 그것들을 계속 접할 때는 그러기 어렵다. 보는 것 자체, 반응의 형식으로 참여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면서 사실상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상태로 빨려 들게 마련이다. 하잘것없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흡수하고 의미 없는 행위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점만으로도, 스마트폰을 들고 나날을 살아가는 우리는 스마트폰 이전 혹은 인터넷 이전의 사람과는 다른 존재가 되었다. 이 글의 진단이 과장되었다고 여전히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고의 여지를 심각하게 줄이는 매체가 일상화, 전면화된 것이 우리 시대의 특징임은 분명하다. 문화 자체의 질적 발전은 미미한 채로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문화의 호흡이 빨라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 소비하는 문화에 대해 반성적으로 생각해 볼 여지를 갖지 못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의 사용자들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동시에 생산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이러한 사태의 진행을 가속화한다. 그 결과 우리의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경제적 이윤의 창출과 증대라는 목표만 명확할 뿐 그에 이르는 경로는 무한히 확장되어 현재 삶의 양상도 그 귀결도 파악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문화의 이러한 흐름이야말로 인문학자의 무기력을 낳고, 우리 사회 인문정신의 마비 상태를 초래한다. 우리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 빠지는 것, 우리 삶의 미래가 어떠한 것이 될지 그리고 되어야 할지에 대해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는 것이 그 구체적인 내용이다.

이 말문을 틔워 줘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갖는 의미를 인문학자들이 사고할 수 있도록 죽어 버린 인문학을 되살리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학기술이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방식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미래 과학기술 인력의 소양을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이 강화되어야 한다. 기술과 인문정신이 융합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러한 요청이 막연하다고 오해될까 싶어 구체적인 제안으로 글을 맺는다. 초등학생들에게 ‘코딩 교육’을 시키자는 정책보다 우리의 스마트한(?) 생활이 야기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하는 ‘토론 교육’ 진흥책을 앞세워야 한다. 스마트폰 대신에 SF를 집어 들 수 있도록 독서교육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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