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제비봉(해발 721m) 충북 단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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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05   |  발행일 2019-04-05 제37면   |  수정 2019-04-05
단양팔경 중 하나가 손에 닿을 듯…눈길 가는 곳마다 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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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계단을 내려서서 뒤돌아본 제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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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회나루 건너에 있는 두향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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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봉우리에서 본 장회나루 일대.

월악산국립공원에 속하는 제비봉은 날머리인 장회나루에서 보면 산세가 마치 제비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의 산이다. 날렵한 제비를 만나러 떠나는 날에 꽃샘추위로 전날까지 눈발이 날리기도 했지만 당일에는 화창하게 개었다.

얼음골탐방로 입구 넓은 도로 왼쪽으로 얼음골식당이 있고, 그 오른쪽으로 탐방로 이정표와 안내도가 세워져있다. 왼쪽 사면을 따라 길이 나있는데 5분정도는 완만하다가 곧바로 가파른 너덜로 바뀐다. 계획한 전체 산행거리가 길지 않기 때문에 쉬엄쉬엄 오르지만 초반부터 만만찮은 경사구간이다. 20분쯤 오르자 솔밭사이에 이정표가 하나 서있다. ‘얼음골 0.5㎞, 제비봉 1.3㎞’ 500m의 거리를 올랐지만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몸이 데워져 겉옷을 하나씩 벗고 옷매무새를 정비하고 다시 길을 잇는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적절히 자라고 있는 잘록한 능선을 걷는데 간밤에 내린 눈이 나무위에 걸렸다가 햇살을 받으면서 추적추적 떨어진다. 생강나무는 샛노란 꽃잎을 피웠고, 진달래는 터질 듯 한껏 부풀어 오른 꽃망울을 하고 있다. 앙상하던 나무며 풀꽃은 분명 봄인데 능선이 가까워지자 서걱서걱 눈이 밟힌다.

제비가 날개 활짝 펴고 오르는 모습
쉬엄쉬엄 올라도 만만하지 않은 경사
충주호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데크
능선따라 내려서면 하이라이트 비경

유람선 타고 다다른 관기 두향의 무덤
군수 퇴계 연모 후 수절하다 몸 던져
발아래 장회교 건너 구담봉·옥순봉
올망졸망 바위봉우리 펼쳐진 제비봉


해발 531m 지점 이정표를 지나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작은 바위지대를 오른쪽으로 돌아 오르도록 길이 나있다. 10분정도 오르면 주능선에 올라서게 되는데 3㎝가량의 눈이 쌓였다. 바람이 매서워 벗었던 옷을 다시 꺼내 입는다. 미끄러우면 얼른 장비를 착용하고, 약간의 기온변화에도 부지런하게 대처해야 탈이 안 생긴다. 10분정도 능선을 올라 작은 바위를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야 하는데 응달이라 눈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6~7분 돌아 올라서면 ‘제비봉공원지킴터 2.2㎞, 제비봉 0.1㎞’ 이정표가 서있는 삼거리 갈림목이다.

삼거리에서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오르면 제비봉이고, 다시 되돌아 내려와 장회나루로 하산하게 되는 지점이다.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의 정상에 올라서면 정상표석이 놓여있고, 그 왼쪽으로 충주호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데크가 깔려있다. 큰 소나무가 앞을 가리고 있어 시원하게 트이지는 않지만 나무 사이사이로 호수와 그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삼거리까지 되돌아 내려와 능선을 따라 10분정도 내려서면 오롯한 바윗길이 이어지는데 여기부터 제비봉의 하이라이트 비경이 펼쳐진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도 사방의 비경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발아래 장회나루 선착장이 보이고 그 왼쪽으로 구담봉(330m), 옥순봉(286m)이 호수를 따라 이어져 있고, 그 사이로 유람선이 떠다닌다. 건너 맞은편에 금수산(1천15m), 말목산(715m), 가은산(575m) 등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장회나루를 출발한 유람선이 능선에서 보면 오른쪽으로 가는가 싶더니 턴을 해 왼쪽 구담봉쪽으로 향한다.

턴을 하는 지점을 유심히 보니 건너편에 무덤이 1기 보인다. 그 무덤의 주인은 조선시대 단양 관아의 관기였던 두향이다. 두향은 퇴계 이황(1501~70)이 단양군수로 부임했던 1548년 단양 관아의 관기였다. 퇴계 부임당시 18세에 불과한 두향은 군수인 퇴계를 연모해 정을 쌓았고, 연모하던 퇴계가 풍기군수로 자리를 옮기자 후임 군수에게 기적(妓籍)에서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청이 받아들여지자 수절했다. 강선대에 움막을 짓고 살던 두향은 다시는 퇴계를 만나지 못했고, 퇴계의 타계소식을 접하고는 강선대에서 몸을 던져 숨을 거두었다. 두향의 유언에 따라 강선대에 무덤을 쓰게 되었으나 충주호 건설로 수몰되자 지금의 장회나루 건너편으로 이장했다고 전한다.

지금도 매년 5월에 두향을 추모하는 두향제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바윗길이다가 계단이기를 반복하며 사방이 터진 바위봉우리에 올라서면 두향의 묘는 더 가까이 다가와 보인다. 4~5단으로 길게 이어진 계단을 내려서면서 왼쪽과 오른쪽의 바위능선이 나란히 충주호로 향하고 있다. 가파른 계단을 몇 번 내려서서 마사토가 깔린 잘록한 능선을 걸으며 뒤돌아본 풍경은 수직에 가까운 계단과 바윗길만 보이는 험준한 산세를 드러내고 있다.

장회나루 선착장 주차장이 빤히 내려다보이는데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서면 또 계단이고, 모퉁이를 돌아도 계단의 연속이다. 30분정도 계단만 걷다가 마지막 잘록한 능선위에 서게 되는데 발아래 장회교를 건너 정면으로 단양팔경 중의 하나인 구담봉과 그 뒤로 옥순봉이 손에 닿을 듯 가까워져 있다. 역시 계단이기는 하지만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계곡 방향으로 계단이 놓여있다. 6~7분정도 내려서니 토사를 막기 위한 침목을 깐 완만한 길이 있는데 이를 지나면 제비봉공원지킴터 초소가 나온다. 도로 건너편이 장회나루 선착장이라 산 위에서 보던 유람선을 타보기로 한다. 200m 정도 내려서면 선착장이고, 유람선이 출발하자 맨 먼저 두향의 묘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까지 가서 턴을 해 구담봉과 옥순봉쪽으로 향한다. 구담봉과 옥순봉을 직접 오르도록 길이 나있지만 이번에는 충주호에서 올려다보며 쉽게 그 비경을 눈에 담는다. 구수한 입담의 선장이 비경마다 설명을 하는가하면 절벽에서 거북을 찾아보라며 문제를 내기도 하고. 30분정도 비경을 돌아보고 배를 돌려 다시 출발했던 장회나루로 향하는데 정면으로 펼쳐지는 제비봉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찬다. 올망졸망한 바위봉우리들로 이루어진 제비봉 정상부에 쌓였던 눈이 봄눈 녹는다는 표현대로 다 녹아내렸는지 바위산만 물결에 반영으로 어른거린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길잡이

얼음골 탐방로 입구 -(60분)- 주능선 -(30분)- 정상 전 삼거리 -(5분)- 정상 -(60분)- 제비봉공원지킴터

제비봉은 월악산국립공원에 속하는 산으로 얼음골에서 시작해 장회나루까지 주로 산행을 하지만 장회나루에서 제비봉까지 왕복으로 오르기도 한다. 산행이 짧아 주변 구담봉과 옥순봉을 연결해 하루에 돌아보는 계획을 잡아도 된다. 소개한 코스는 약 5㎞의 거리로 3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교통

중앙고속도로 단양IC에서 내려 우회전으로 구인사, 단양방향 5번 국도를 따른다. 북하삼거리에서 좌회전으로 36번 국도를 따라 단성중학교를 지나 약 4㎞를 가면 도로 왼쪽으로 얼음골식당이 나온다.

☞내비게이션: 충북 단양군 단성면 월악로 4192-6.(얼음골식당)

☞볼거리

구담봉, 옥순봉은 단양팔경으로 구담봉은 기암절벽의 암형이 거북을 닮았고 물속의 바위에 거북무늬가 있다 하여 구담이라 하며, 옥순봉은 희고 푸른 아름다운 바위들이 힘차게 솟아 마치 대나무 싹과 같다 하여 옥순이라 불리며 조선 명종 초 단양군수로 부임한 퇴계 선생이 암벽에 단구동문이라 각명하여 소금강이란 별칭이 있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여지승람에 의하면 연산군 때의 문신 김일손이 절경의 협곡을 극찬한 곳으로 충주댐 호반과 금수산의 아름다운 절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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